[脈] 인터넷 거품을 극복한 AOL...."응답하라!"

입력 2012-11-07 10:36
아메리카온라인(AOL).



경력이 쌓인 주식투자자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업일 것이다. 인터넷 도입 초기에 모뎀 통신서비스를 시작해 기존 통신사업자를 제치고 미국 최대의 통신기업으로 성장했다. 2000년 온-오프라인의 결합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절정기를 구가했다. AOL-타임워너는 하지만 대다수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추락의 추락을 거듭했다. 초고속 성장을 진두지휘했던 스티브 케이스는 회사를 떠났고 AOL은 타임워너의 자회사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부문으로 축소됐다.



인터넷 거품이 꺼지면서 스톡옵션에 눈이 먼 최고경영자(CEO)와 M&A나 IPO를 부추겨 떼 돈을 번 투자은행(IB)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도 복사판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후유증은 극심했다. 주식이라면 쳐다보지도 않겠다며 시장을 떠난 투자자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6일 저녁 외신을 훓어보다 한 기업의 실적 발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AOL 광고매출 3분기 순익 견인" 주가는 22% 급등했다. AOL은 인터넷 광고매출에 주력하는 컨텐츠 주력기업으로 변신해 있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포털사이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현지에서 가장 접속을 많이 하는 사이트 가운데 하나인 허핑턴 포스트를 인수하는 등 전략의 변경이 주효했다. CEO는 더 이상 다른 곳에는 한 눈 팔지 않고 접속자들의 눈을 잡을 수 있는 컨텐츠를 제공하고 거기에 맞는 광고매출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을 재확인했다. 2009년부터 사용기기와 장소를 불문하는 개인별 맞춤형 컨텐츠 서비스는 국내 온라인 컨텐츠 사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실적으로 보상 받았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흔히 말하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이다. 인터넷 포털의 또 다른 선발주자인 야후도 구글에서 새 CEO를 영입해 전열을 재정비 하면서 또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자료 : 야후 파이낸스)



거품은 쏠림을 뜻한다. 하지만 거품이 빠지고 나면 엄청난 고통이 뒤따른다. AOL은 기업이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적 요소를 거의 보여줬다. 그것도 불과 10여 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에 말이다. 역사상 최악의 거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인터넷 거품'은 이제 기록으로만 남아있지만 모진 세월 속에서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생존에 성공한 AOL의 부활이 반갑다. 야후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눈길이 간다. 오래된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그런 느낌이다. 최근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글과 컴퓨터',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다음'의 재도약도 기대해 본다. "응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