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년 전만 해도 4,000원을 내고 김치찌개를 먹었지만, 지금은 라면에 김밥 한 줄이 전부다. 8,000원으로 오른 점심 백반. 과연 4,000원은 어디로 갔을까? 식당 아주머니, 농사짓는 농부에게 갔을까?
10년 차 공인회계사로 일하며 대한민국 경제생태계에서 기업의 재무상태를 감사하고 돈의 흐름을 감시해온 원재훈 회계사가 최근 『월급전쟁』을 펴냈다. 그는 “작년에 만 원으로 장을 봤는데 올해 15,000원으로 장을 봐야 한다면, 결국 인플레이션이 만든 5,000원은 직장인들이 부담하는 일종의 세금"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곱창집 사장님부터 대기업 회장님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장사하는 많은 분을 고객으로 만났으며, 각종 기업체에서 회계강의를 통하여 직장인들을 만났다. 그는 “사업하는 사람들과 월급생활자를 보면, 이 둘은 뼛속부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며 기업, 금융회사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각종 경제 정책과 교묘한 마케팅으로 활개를 치는데, 아직 많은 직장인이 “월급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르겠다.” 고 푸념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왜 월급쟁이들이 부자가 될 수 없을까? 원 회계사가 『월급전쟁』에서 밝힌 직장인들의 등에 꽂힌 ‘빨대’ 는 크게 세 가지다. 정부의 세금, 직장의 노동, 금융회사의 수수료. 이들은 월급통장에 비집고 들어와 월급이 들어오는 날부터 흡사 전쟁을 방불케 하는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한민국 월급쟁이는 약 1,600만 명. 그는 ‘월급쟁이’는 급여가 쉽게 집계 되니 세금 징수가 상대적으로 무척 쉬우며, 자영업자보다 수입이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하고 조세저항이 적기 때문에 세금을 거둬들이기에 매력적인 계층이라고 말한다.
그 예로 ‘연말정산’은 우리가 월급을 받기도 전에 세금 먼저 떼어간 뒤, 직장인에게 이자도 주지 않으면서 다시 돌려주는 일이라고 소개한다. 직접세부터 부가가치세까지, 환율정책에서 물가상승까지 두루두루 광범위하게 세를 거둬들인다고 말한다.
월급이 세금으로 한번 털리고 나면 다음은 기업들 차례. 한 달 동안 신 나게 긁은 카드값과 마이너스통장, 친지를 통해 가입한 보험, 미래를 준비하라는 말에 가입한 연금, 저축보다 낫다는 펀드 등 세상의 모든 금융상품은 모두 직장인들의 후원 아래 시장을 키운 꼴이다.
그밖에 직장인이 왜 대기업의 부속품이 되어가는지부터, 인천공항 면세점의 화장품 가격은 왜 달러로 쓰여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험에 가입시켜주고는 보상할 때는 묻고 따지는지, 퇴직 후 프랜차이즈의 허상까지 월급이 입금 되는대로 ‘털리는’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눈 여겨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