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창W]국감 재계 오너 '줄소환'‥호통만 칠거면 'NO'

입력 2012-10-11 09:00
수정 2012-10-11 08:59
<앵커> 19대 첫 국회 국정감사가 지난 5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계 오너를 비롯해 경제계 인사 상당수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는데요. 재계의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한창 경영활동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국회에 불려나간다는 것이 이만저만 곤혹스러운 게 아닐텐데요,



해마다 '연례행사'가 돼 버린 국감 재계 인사 '줄소환',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신동호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신 기자, 우선 이번 국감에서 주요 상임위원회별 쟁점사항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네. 이번 국정감사는 지난 5일부터 오는 24일까지 20일동안 실시될 계획입니다.



재계와 관련된 상임위는 크게 정무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 3곳으로 볼 수 있는데요.



먼저 정무위에서는 경제민주화에 따른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와 불공정거래, 금산분리 등이 주요 쟁점으로 예상됩니다.



이 곳에서는 삼성과 현대기아차 KT의 오너들이 증인으로 채택됐고 SK 회장은 증인신청이 된 상황입니다.



환노위에서는 계속 이슈화돼온 쌍용차와 유성기업 등 노동현안 관련 사업장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으로 경영상 해고, 직장폐쇄 과정에서의 용역 동원 관련 현안, 비정규직,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이야기가 오 갈 것 같습니다.



지경위에서는 대·중소기업 상생에 대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돼 동반성장에 대한 책임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기업인들이 국정감사에 많이 불려나가면 부담이 클 것 같은데요.



보통 국정감사에서 재계인사들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비중이 큰가요?



<기자>



매년 이맘때가 되면 재계 인사들이 바짝 긴장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국정감사 역시 재계 총수들을 비롯해 재계 인사 상당수가 증인으로 채택됐는데요.



올해는 특히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이슈화되면서 어느 해보다 정치권의 재계 압박이 거셉니다.



경총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000~2011년까지 연평균 3000명이 넘는 증인을 채택했는데요. 이중 일반증인이 연평균 200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공무원이 아닌 기업 또는 민간단체 대표들이라는 게 경총의 설명입니다.



또 지난해 국감에서 주요 상임위 일반증인 현황을 보면 일반증인 총 200명 중 기업과 단체의 증인이 97명이나 됐습니다.



먼저 정경준 기자의 리포트를 통해 기업인들의 국정감사 현황부터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현재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거나 거론중인 재계 인사는 대략 150여명. 지난해와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국감 증인으로 신청됐습니다.



대선을 불과 2개월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권은 이번 국감을 한바탕 벼르고 있습니다. 최근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맞물려 대기업집단의 경영 행태를 집중적으로 따져묻겠다는 것입니다.



당장 오는 11일로 예정된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에 대해 국감 출석을 요구한 상황입니다.



최근 논란이 된 과도한 판매수수료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영업행태와 골목상권 침해 여부 등을 추궁할 방침입니다.



<인터뷰> 국회 정무위 관계자



"대형 유통업체들의 입점 수수료와 백지계약서 등의 문제를 비롯해 해외 명품 브랜드와 국내 업체간의 차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묻겠다"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등 내부거래혐의와 관련해서도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부사장을 비롯해 오규봉 삼성SDS 전무와 김영섭 LGCNS 부사장을 출석시키기로 했습니다.



조영호 SKC&C 부사장, 홍원표 삼성전자 부사장, 최상규 LG전자 부사장에 대해서는 공정위 조사 방해 혐의 등을 이유로 국감에 부르기로 했습니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에 대해선 부당내부거래와 불공정행위 혐의 등을 따져 물을 계획입니다.



당장 재계는 그룹 총수의 국감 출석 여부 등을 놓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의 국감 출석 여부에 대해 "현재 결정된 게 없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매우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국감 때만 되면 연례 행사가 돼 버린 정치권의 재계 인사 줄소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집착해 기업경쟁력 강화와 대외 신인도 제고 측면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되짚어 볼 대목입니다.



한국경제TV 정경준입니다.



<앵커>



지금보니 실제로 기업인사가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한 경우가 많군요.



이렇게 되면 기업들 입장에서도 참 난감해 할 것 같습니다.



10월은 기업들 대부분이 경영계획을 세우는 중요한 시기라고 들었는데요?



<기자>



네, 대기업 총수들의 증인출석이 많아지다 보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10월은 각 기업들의 내년도 경영계획을 세우는 기간이기도 한데요.



특히 올해는 글로벌 경기의 악화와 내수시장의 불안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삼성의 경우 지난 추석과 개천절이 맞물린 징검다리 연휴기간에도 바쁘게 움직였는데요.



갤럭시 시리즈의 돌풍과 함께 최근 잘나가는 삼성이라는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글로벌 경기 상황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에 편중된 이익구조에 대한 내부 위기 의식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은 지난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계열사인 삼성전기는 스마트폰의 카메라모듈과 기판으로, 삼성SDI는 배터리로, 제일모직은 스마트폰 케이스 등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또한 반도체 시황은 불황의 그림자가 더 짙어지며 내년 투자축소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더 큰 위기감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 2010년 5월 야심차게 발표한 5대 신수종 사업이 아직 큰 성과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태양전지는 불황에 연구·개발(R&D)만 남기고 사업을 접었고, LED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은 이 회장의 7월 일본행 이후 임원들의 출근을 6시반으로 당기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내수판매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다 노사갈등이 장기화 되면서 발생한 생산손실도 만만치 않지만 당장 적당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구본무 LG 회장은 최근 출시한 전략스마트폰 '옵티머스G'의 글로벌 시장 반응을 지켜보고, 최태원 SK 회장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공판 준비에 매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수 많은 기업인들을 국회에 붙잡아 둘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앵커>



원래 국정감사라는 것이 정부 정책에 대한 국회의 감시가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국정감사에서 기업 인사들의 증인채택이 비판받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국정감사는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인데요.



설령 정부정책을 감사하는데 기업인 진술을 참고하는 것이 필요하더라도 증인이 아닌 참고인으로 출석시키는 등 필요한 최소한도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기업인들을 혼내주려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행태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여야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이슈 선점과 표심 자극을 위해 경제인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너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증인 참석을 피하고 싶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대기업 오너들이 국감 기간에 맞춰 출장을 떠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부 대기업들은 증인으로 채택된 회장님들을 피신시키기 위해 예정에 없던 해외출장 스케줄을 잡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는데요.



이 회장은 국토위에서 예정된 태안기름 유출 사건과 관련해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국감기간 대기업 오너들의 출장은 비단 삼성뿐만이 아닙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화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어제 해외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현지 사업 점검과 계약 체결이 이유인데요.



이 밖에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최병렬 이마트 대표 등도 해외 시장 점검 등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해 왔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증인채택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해외로 나가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계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상황을 굳이 만들고 싶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막상 증인으로 출석하면 의원들은 원하는 답변을 듣기 위해 기업인을 추궁하거나, 호통치는 식으로 질의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 입장 청취와 사안 해결이라는 증인 신청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앵커>



국회의원들은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부르고, 기업인들은 국정감사 기간때마다 해외로 나가는 꼴이 참 우스운 상황인데요.



해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니,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기자>



네, 이런 상황에 대해 경제단체들은 유감의 표시를 전했습니다.



최근 경제가 어려운데 국정감사로 증인으로 채택돼 정치권에 불려다니는 기업인들이 과연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습니다.



경제단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이용우 전경련 상무



"여야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기업인들을 경쟁적으로 부르는 것은 해당기업들의 대외이미지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고 또 더구나 연말을 앞둔 시점에서 내년도 투자나 경영계획 수립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바입니다. "



만약에 부득이하게 기업인들이 참석을 해야만 할 경우에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황인철 경총 기획본부장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것이 꼭필요한..예를 들어 문제가 있거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해 꼭 들어야할 이야기가 있는 경우..최소한으로 해야합니다. 굳이 회장님을 부르지 않더라도 실무상에 있는 임원분들을 불러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높은 분들을 불러서 나오라고 하고 법을 안지키면 고발한다고 하고..이런 것들은 문제가 있습니다. 국회에서 꼭 필요한 분들, 최소한의 분들만 소환한다면 기업인들이 나가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오늘 국제통화 기금인 IMF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내렸습니다.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그 어느때보다 우리 기업인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혹여나 표를 의식해 대중 인기에 영합하고자 단순히 호통치고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재계 인사 '줄소환'이라면 한번쯤 다시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