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르르 이인의 러브 토크] 2화. 욕망을 키우는 변수, 삼각관계
연애타령을 밑천 삼아 돌아가는 TV 연속극 대부분에서 삼각관계가 다뤄지는 것을 봐도, 그것만큼 조마조마하면서도 찌릿찌릿한 게 없는 모양입니다. 두 사람이 벌이는 사랑 자체도 그토록 달뜨면서 아슬아슬한데, 여기에 다른 사람이 끼어드니 얼마나 애가 타고 흥분되겠습니까. 삼각관계는 당사자들도, 보는 사람도 손발에 땀이 나도록 조바심을 내며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도 삼각관계가 드물지 않더군요. 삼각관계란 한 사람을 놓고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 애정경쟁을 벌이는 상황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꼭 애정관계가 아니더라도, ‘셋 이상의 사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는 모두 그렇게 부를 수 있겠지요. 이를 테면 어느 모임 안에서 누군가와 맞수처럼 판이 짜이고, 누군가 그 둘을 평가하면서 빚어지는 야릇함도 삼각관계의 일종이죠.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도 노홍철과 하하는 유재석을 두고 티격태격 묘한 삼각관계를 벌입니다. 이처럼 누군가를 의식하면서 자신을 뽐내고 상대를 시샘하며 밀쳐내는 모습을 통틀어 삼각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만의 관계라면 미우나 고우나 둘이서 줄다리기를 하겠지요. 그렇지만, 사실 두 사람만의 관계란 세상에 흔치 않습니다.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산다는 건 이미‘나와 너 사이에 수많은 남들이 들어와 그들에게 에워싸여 있다’는 이야기거든요. 나와 너 사이엔 누군가 스며들 수밖에 없고,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서 감정의 작대기는 엇갈리게 됩니다. 그러느라 사랑의 실뜨기는 이리저리 비비 꼬이지요. 둘만이 부딪쳐서 생기는 불똥에 비하면, 세 사람이 부대끼면서 튀기는 불꽃은 그야말로 더 어릿어릿 아찔합니다. 홍상수 영화에서 자주 나오듯‘세 사람이 술자리를 가질 때’면 더욱 야릇한 욕망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감돕니다.
막상 삼각관계에 처하면 어이가 없어 발끈하지만, 뜻밖에도 삼각관계의 팽팽한 엉킴은 제법 오래갑니다. 삼각관계에 놓인 사람들은 입으로는 힘들다고 하면서도, 혹시 그 모든 걸 즐기는 게 아닐까요? 싫다면 삼각관계라는 매듭을 풀고 나오면 그만이건만 그렇게 하질 않거든요. 입으론 괴롭다고 하면서도 스스로 한 모서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며 삼각관계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연애의 선수들’은 자기 짝이 있더라도 스리슬쩍 제3의 인물을 자신의 연애 속으로 끌어들이곤 합니다. 그래야 연애가 재밌어지니까요.
삼각관계는 모두를‘괴롭게 만족’시키는 놀이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경쟁자라는 변수가 생기면 나의 연애는 더 짜릿해집니다. 끼어든 변수는 자신을 변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변수로 여깁니다. 이에 나는 울컥하지만, 놀랍게도 그 변수 덕에 나는 그 사람이 더 좋아지고 더 놓칠 수 없게 됩니다. 다른 누군가도 그 사람을 욕망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나는 한편 왠지 모르는 만족감이 생깁니다. 덕분에 그 사람을 원하는 나의 욕망이 더 한층 차오르게 되죠.
자칫 밋밋해지고 밍밍해질 수 있는 그 사람과의 관계가 삼각관계에 들어서면, 연애는 더 촉촉해지고 찰랑찰랑해집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그가 밉고 이렇게 안달하는 내 모습에 부아가 나지만, 그보다는 이 사람을 뺏기지 않고자 (또는 뺏고자) 정성을 쏟고 더 잘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내 안에 차곡차곡 쟁여놓았던 기운들이 터져 나옵니다.
사람은 쉽게 얻는 것에는 쉽게 심드렁해집니다. 삐걱거림이 일어나고 고비가 있어야 더 갖고 싶어지고 더 달려들게 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집안이 뜯어말리지 않았다면 그 정도로 거세게 불타오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성춘향과 이몽룡도 신분이 달랐다는 사실 때문에, 그리고 변학도가 얽혀들었기 때문에 애탐과 애끓음이 더욱 솟구쳤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저냥 술술 풀려나가면 ‘별 재미’가 없습니다. 연애란 즐거움을 얻으려는 하나의 놀이와 같습니다. 그럭저럭 편하게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연애는 금세 식고 맙니다. 또 연애를 하면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선을 보이곤 하죠. 누군가를 가졌다고 남들에게 뻐기고 싶어서입니다. ‘누군가 나를 욕망하고 있다’는 걸 남들에게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삼각관계라는 들불이 지나고 나면, 떠난 사람이든 남는 사람이든 그 속은 숯검정이 되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삼각관계가 자아내는 그 홧홧함을 느끼고 싶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애인 있는 사람의 옆구리를 찔러도 보고, 애인이 있음에도 살그머니 곁눈질을 합니다. 남이 욕망하면 덩달아 욕망하게 된다는 심리, ‘반대와 금지’가 있어야 머리에 쥐나도록 원하게 된다는 인간의 씁쓰레한 심리를 삼각관계는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