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글로벌 경기가 하반기 급속히 악화되자 올해 매분기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하고 있는 삼성전자에서조차 최근 '위기'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은 공식적인 비상 경영을 선언하진 않았지만 이미 그에 준하는 '위기 경영'에 들어갔습니다.
김치형 기잡니다.
<기자>
추석과 개천절이 맞물린 징검다리 연휴기간 삼성그룹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돌연 일본으로 출국했고,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미래전략실은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전원 근무에 들어갔습니다.
이재용 사장은 추석 연휴전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갔고,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은 추석연휴를 끝내고 이 사장과 합류해 애플에 텃밭인 미주 지역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갤럭시 시리즈의 돌풍과 함께 최근 잘나가는 삼성이라는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글로벌 경기 상황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에 편중된 이익구조에 대한 내부 위기 의식이 드러낸 것이란 분석입니다.
잘나가는 모바일 거품이 꺼질 경우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은 지난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계열사인 삼성전기는 스마트폰의 카메라모듈과 기판으로, 삼성SDI는 배터리로, 제일모직은 스마트폰 케이스 등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반도체 시황은 불황의 그림자가 더 짙어지며 내년 투자축소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스마트폰 돌풍에도 몇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는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지난 4월 삼성디스플레이로 분사됐습니다.
더 큰 위기감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 2010년 5월 야심차게 발표한 5대 신수종 사업이 아직 큰 성과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태양전지는 불황에 연구·개발(R&D)만 남기고 사업을 접었고, LED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건희 회장의 출국은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란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이 회장은 경영의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 종종 일본을 찾았습니다. 올해는 벌써 5번쨉니다.
지난 5월에는 일본 출장 후 전격적으로 미래전략실장을 최지성 부회장으로 교체했습니다. 부진한 신수종사업 성과에 대한 경질성 인사라는 풀이입니다.
7월 일본행 이후에는 임원들의 출근을 6시반으로 당겨 긴장감을 불어 넣었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은 이달 말까지 거시경제지표 등을 참고로 내년 경영계획을 확정합니다.
이건희 회장의 이번 일본 출장 이후 그룹 경영전략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입니다.
한국경제TV 김치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