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진단] 유가 한달 반 만에 최저치…이유는?

입력 2012-09-20 08:11
굿모닝 투자의 아침 3부 - 이슈진단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 원유 10월물이 무려 3.31달러, 3.5% 폭락한 배럴당 91.98달러를 기록했다. 한달 반 만에 최저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하향 안정세를 유도하기 위해 원유 생산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유가를 끌어내렸다.



원래 미국의 원유재고 동향은 뉴욕시간 오전 10시 30분에 발표될 예정이었는데 발표 전에 정보가 미리 흘러나왔는지 오전 9시 무렵부터 유가가 급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실제 발표된 것을 보면 지난주 원유재고는 850만 배럴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250만 배럴보다 3배 이상 증가폭이 컸다.



가뜩이나 원유재고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사우디가 생산까지 하겠다고 나선다면 수급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급락세가 밤사이 원유시장에서 나타났다.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글로벌 정부들이 원유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3대 기축통화 국가들이 기록적인 통화팽창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 와중에 기름값이 상승하게 되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어 팽창 정책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재무장관회의에서 산유국에 대해 증산을 촉구한 바 있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산유국이 이에 호응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유가급락세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미국 버냉키 연준의장이 목표로 하는 것은 주택과 주식가격의 인플레이션이지만 이것이 석유나 광범위한 상품영역 가격의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유가급락세는 글로벌 정부들의 정밀타격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제 이 시간에 유가가 원인 모를 폭락세를 보였다고 언급했었는데 그것이 일종의 전조현상이었다는 것을 오늘 알 수 있었다.



또 한 가지는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화폐를 발행하고 있지만 이것이 은행대출 확대를 통한 신용팽창과 그에 따른 수요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경제회복은 물론이고 인플레이션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 그동안 석유시장은 QE3 기대감으로 강세 행진을 이어왔는데 미국 원유재고 증가에서 드러났듯 실제 수요는 여전히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은 석유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QE3가 그 자체로 주식의 상대가치를 높이기는 하지만 주식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실물경제의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야 할 것이다. 그런 날이 결국 올 것이라고 시장이 믿는다면 실제로 주가와 집값이 오르고 경제도 회복될 것이라고 버냉키 의장은 말하고 있지만 경제주체들은 아직 소극적인 모습이다.



얼핏 보면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완화정책 공조에 나섰다고도 볼 수 있지만 오히려 자국통화 가치절하를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일본은 특히 올해 엔화가 너무 많이 절상되는 바람에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디플레이션 압력도 커지고 있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계속해서 화폐 발행을 늘리고 있다. 미국 연준이 무제한 양적완화에까지 나서면서 엔화 절상 압력이 더 커지게 됐다.



그래서 맞불을 놓은 것이 일본의 양적완화 확대다. 말 그대로 새 발의 피였다. 일본은행이 확대하기로 한 양적완화 폭은 1267억 달러에 불과한데 이것은 미국 연준이 QE3를 통해 방출하는 통화의 석 달 치밖에 되지 않는다. 외환시장도 이 점을 인식하고 급히 방향을 틀었다. 일본은행의 발표로 달러엔환율이 한때 79엔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내 78엔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재료가 반나절도 못 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