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3 단행후 달러화 약세 뚜렷, 외환시장 향방은?"

입력 2012-09-18 13:58
<마켓포커스 2부 - 이슈진단>



삼성선물 정미영 > QE3 발표 이전인 7월 말부터 달러는 상당히 하락세를 타고 있다. 향후 QE3에 따른 달러화 약세가 어느 정도로 진행될지는 이제부터 가늠해봐야 한다. 사실 달러의 가치는 지난 7월 말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어떤 조치든 할 것이라는 발언 이후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퇴색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유로존의 ECB 정책회의까지 이어지면서 5월 이후 달러 상승폭의 80% 가까이 반납했다. 여기에 QE3가 더해지면서 5월 초 수준으로 되돌아온 모습이다.



통화별로 등락률을 지난 유로존 위기가 발발했던 5월 초 이후로 비교해보면 선호도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엔화나 원화, 호주달러, 캐나다달러는 더 가치가 상승한 상황인 반면 유로화는 1% 정도 남은 상황이다. 브릭스 국가 중심으로는 여전히 달러에 대해 낙폭이 큰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양적완화를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달러 유동성을 푸는 조치이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로 가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과거 1, 2차 양적완화 당시의 달러지수와 주가지수를 S&P기준으로 등락률을 비교했다. 1차 미국 양적완화가 시작된 이후 달러화 가치는 18% 정도 빠졌다. 2차 양적완화 당시에도 달러화의 가치가 13% 정도 떨어졌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달러 지수가 추가적으로 그 폭만큼 하락한다면 전저점 수준까지 갈 수 있는 레벨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양적완화를 기대로 주가가 예전만큼 강한 상승세를 시현할 것이냐는 견해를 같이 놓고 봐야 한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현재 유로존도 양적완화 기조를 적극적으로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미국경기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점,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지게 되면 여전히 세계경기는 부진한 가운데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지면서 양적완화의 경기부양 효과가 이전보다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생각해보면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위험자산 선호가 예전만큼 강하게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것에 무게가 실릴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달러화도 이전보다는 약세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1, 2차 양적완화에 대해 가장 불만을 표출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을 야기한 곳은 브라질이다. 브라질이 여러 가지 자본규제 조치도 도입했었다. 여기에 오늘은 일본의 통화정책회의가 열린다. 일본도 엔화의 강세 때문에 비상이다. 엔화 강세를 막게 하는 시장 개입 조치를 내놓을지에 대해 시장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환율전쟁이라는 용어는 2009년 양적완화 이후 계속 시장에서 언급되어 왔지만 시장에서 심각성을 제기하는 것만큼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문제가 됐던 적은 없었다. 이번에도 달러의 약세가 얼마나 가파르게 진행되느냐, 미국에서 공급된 유동성이 여타 국으로 얼마나 공격적으로 유입되느냐가 갈등의 양상을 조절할 것이다.



일단 글로벌경기의 둔화 우려가 여전히 크고 기업들의 수익이 감소하고 있어 당장 환율 결정이 증폭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예단이지만 달러 약세의 결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이렇게 되면 안 그래도 신흥국 경기가 상당히 부진한데 여기에 물가상승 압력까지 더해질 경우 달러의 약세 정책에 대한 반발이 점차 표면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양적완화 단행 이후 가장 절상이 빠르게 진행된 통화 중 하나는 원화다. 그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다가 박스권 하단을 뚫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QE3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지금은 연저점에 바짝 다가선 상태인데 여기에는 S&P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재료까지 맞물린 측면이 있다.



안 그래도 최근 유로존 위기에도 원화가 상당히 견조한 모습을 보였던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나라보다 재정여건이나 경상수지 흑자가 상당히 견실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외국인들도 한국 채권에 대한 선호가 높았는데 최근에는 양적완화 이후 외국인 주식자금이 공격적으로 유입될 뿐만 아니라 채권에서도 한국채권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주식과 채권 양쪽에서 달러공급 재료로 환율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이런 재료로 인해 원화에 대한 추가적인 하락 압력과 연저점뿐만 아니라 최근 1140~1150원선이 강하게 막힌 이후 이평선을 하회하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연저점 다음의 빅 피규어인 1100원에 대한 테스트 심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글로벌경기가 어렵다 보니 우리나라 수출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하면서 중국이 통화완화에 소극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부분이 주가의 반응을 통해 원화 강세를 다소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1100원 정도까지는 시도를 하겠지만 시장이 그 이후의 흐름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 이후에 당국의 개입 패턴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했다면 그 이후에는 전략적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의 심리를 안정화시키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당분간 환율이 빠지더라도 정부에서 구두개입이 강하게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속적으로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시장 개입은 나올 수 있지만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형태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달러 약세와 병행하는 환율의 하락이기 때문에 하락속도 조절 이상의 개입은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