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제한 양적완화 카드, 기대효과는?"

입력 2012-09-14 10:46
<출발 증시특급 1부-글로벌 마켓 NOW>



김희욱 해설위원 > QE3라는 재료는 상당히 중량감이 큰 재료인데 미 증시는 1.5%대 상승에 그쳤다. 미국은 그동안 많이 올랐고 우리나라 증시는 그에 비해 처져 있었다. 미국의 다우지수를 코스피지수로,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를 코스닥에 비유하면 이제는 우리나라 증시, 이머징 마켓의 키 맞추기 차원에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2000선을 터치할 수도 있는 날이다. 그 근거로 성명서를 살펴보자.



FOMC 성명서는 단도직입적이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의 매달 이 FOMC 성명서를 보고 있다. 보통 앞부분에서 경제진단에 대해 4, 5문단 정도로 장황하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어떻게든 면피를 하려고 현실보다 희망적인 진단을 내놓을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고용증가가 더디기 때문에 실업률도 여전히 높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이번에는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고용증가가 더디기 때문에 실업률도 여전히 높다. 기업경기도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하다. 그리고 주택시장이 개선되는 여지는 있지만 여전히 침체 수준이다. 또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률도 여기에 따라 굉장히 차단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양적완화를 내놓기 위한 전제조건의 마지막 항목인 물가까지 눌러 놓고 가는 것을 보면 밑에서 무엇인가 나오겠다고 기대를 했는데 그 결과 이런 조치가 발표되었다. MBS, 모기지담보부 증권을 매달 400억 달러 규모로 매입하기로 했다. 조건은 고용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쭉이다. 그런데 금액이 작다. 지난 QE2가 6000억 달러였는데 월 400억 달러면 15개월을 계속 끌고 나가야 QE2와 똑같다. 과연 이것이 1년 3개월이나 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여기에 플러스알파가 3개 정도 붙는다. 기존 만기 채권 재매입은 연말까지 연장하겠다. 또한 가지고 있는 MBS 채권이 만기되어 돌아오는 자금을 그대로 MBS에 재투자하겠다. 지난번 ECB처럼 채권을 매입하되 불태화로 시중의 유동성 일부를 거둬들이면서 통화량을 조절한다는 것이 아니라 같이 시장에 그대로 다 풀어놓겠다는 의지다.



그리고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을 목표로 계속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고 강력한 플러스 알파는 현행 0~0.25%의 구간으로 설정되어 있는 금리를 최소한 2015년 중반까지 연장한다는 것이다. 만약 효과가 없으면 추가 연장도 불사할 수 있다는 의지로 이해하면 된다.



시장의 반응은 살펴보자. 월 한도는 있지만 기한이 무기한이라는 점은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조치다. 어쨌든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강력한 무기가 나왔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평가를 살펴보자. 연준의 의지는 실업률 하락을 목표로 가시적인 성과가 날 때까지 계속 경기부양을 지속하겠다는 것처럼 든든하며 약속을 해줬다는 것이 믿음직스럽다는 평가다.



올 GDP 성장 전망을 하향한 것에 대한 대응조치로서의 의미도 들어 있다. 연준 임원들은 내년부터 미 경제성장은 다시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해 어떻게든 현 침체 국면을 무난하게 탈출시키려는 의미이다. 미 경제의 병세가 심각하다는 극단적인 판단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CNBC의 의견을 보자. 한마디로 무기한 양적완화를 발표한 연준은 결국 서민경제와 실물경기의 키를 쥐고 있는 주택시장을 부양한다는 것이 골자다. 모기지 금리를 낮춰 누구나 대출을 통해 주택구입을 쉽게 만든다는 것이고 미국 내에서 일반 시민들의 주택수요가 늘면 주택가격은 당연히 상승할 것이고 주택 보유자들은 지난 몇 세기 동안 그래왔듯 한도는 더 많이 나오고 금리는 낮은 대환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반복하면서 매번 이렇게 주택가격 상승분 만큼 가처분소득 증가 효과를 얻게 된다.



이런 부의 재창출을 통해 늘어난 소득으로 소비를 늘리고 미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소비증가는 결국 미 기업 실적증가와 채용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꾀한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미국 역사상 지난 몇 세대에 걸쳐 주택시장을 띄워 경기부양을 했다가 결국 부동산버블이 터지며 침체를 맞게 되는 반복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이런 버블 형성에 연준이 또 한번 시동을 건 셈이다. 그런데 주택시장 부양을 통해 경기의 버블을 만들고 선순환을 꾀한다는 방책 자체는 틀림 없이 특효약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검증이 많이 되었다는 차원으로 보면 된다.



현지 전문가와 학계의 의견을 보자. 전 미 재무부 소속 경제학자 출신의 연준 정책분석 전문 경제학 박사 팀 듀이의 컬럼이다. 오늘 연준의 발표에 이번에 금액이 명시하지 않아 실망한 사람도 있지만 연준은 형식보다는 실효성에 역점을 두고 일정 수준까지 경기하방 리스크를 차단했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 결국 효과가 더 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연준이 QE3를 종료하게 될 조건에 대해서는 GDP 성장률보다는 에반스 룰을 따를 것이다. 에반스 룰이란 실업률 7%, 인플레이션 3%를 상한선으로 하는 기준이다. 이보다는 낮은 목표치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BTIG 증권의 의견이다. 앞으로 QE3를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서 연준이 가장 크게 신경쓰는 요소는 고용지표다. 이번 QE3 발표에는 지난 8월 고용지표 부진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고 앞으로 매번 고용지표가 나올 때마다 QE3 종료 가능성으로 시장과 밀고 당기기를 계속한다는 점에서 매번 불확실성이 닥칠 것이다.



확실한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지만 미 경제 성장과 고용 강화에는 일정 수준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어쨌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늘 연준의 양적완화 기조는 앞서 기대했던 그 어느 것보다 강도가 높은 것이었음은 분명하다.



시장 마감 브리핑을 로이터통신을 통해 살펴보자. 시장에서는 무조건 호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무기한 QE3 발표에 대해 미 증시가 화답했다는 마감 브리핑이다. 이번에 연준이 빈 손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월가에 퍼져 있었지만 막상 결과물을 보자마자 투자자들의 1차적인 반응은 하락이었다. 연준이 과감한 조치를 하는 것을 보니 연준이 실물경제에 대한 공식적인 심려가 깊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오늘 미 증시의 상승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1.5%대의 무난한 상승률을 기록했고 어제 우리나라 증시에서 QE3가 만약 무제한으로 나온다면 다우 300포인트는 선반영을 감수하더라도 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키 맞추기에 따라 코스피가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는 날이다. MSCI 한국지수를 보면 미 증시의 상승폭보다 훨씬 큰 1.76% 올랐고 지수 수준으로는 지난 4월 말 수준인 2000포인트까지 급등했다. MSCI 한국지수는 지난 삼성전자 소송에 지면서 레벨다운 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오늘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투심은 코스피가 2000선까지 바짝 다가갈 수 있는데 배팅을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