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증시특급 1부- 글로벌 마켓 NOW>
김희욱 해설위원 > 이번 주 여러가지 이벤트의 파도를 타고 있다. 각 언론이나 HTS의 기사를 보면 어제 독일 헌재의 ESM 합헌 판결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쪽으로만 크게 다루고 있다고 본다.
사실 확인부터 들어보자. 독일 슈피겔지의 보도 내용이다.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고 제목이 이렇게 나왔다. 마지 못해 합헌판결이 났다는 느낌이 있는데 문제는 조건이다. ESM 자체는 위헌 소지가 없다고 판결했는데 현재 ESM 내에서 출자가 할당된 독일지분이 27.15%다. 여기에 제공할 수 있는 자산이 최대 1900억 유로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조건이다.
일단 1000억 유로까지 열려 있는 ESM은 누가 봐도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액이나 초과 대출, 즉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은행면허 부여에 대해서나 어떤 결정이든 또 한번 독일 의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독일 의회에서 승인이 난다고 해도 이번처럼 헌법소원이 있으면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리스크가 조건으로 부여된 것이다.
사실 어제 노무라 증권의 애널리스트 말대로 ESM 합헌 판결이라는 재료는 이미 95% 정도 시장에 선반영되어 있던 재료다. 결과는 조건부 합헌 판결임을 감안할 때 순도 100%짜리 합헌판결로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시장에 선반영된 95% 중 30% 정도를 빼야 맞다는 생각이다.
오늘 ESM 판결에 대한 유럽 현지전문가, 시장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자. 스위스 제네바 크레어인베스트의 의견은 오늘 독일 헌법재판소가 내세운 조건은 다소 부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단적으로 독일의 출자금 한도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 몇 달동안 ESM 관련 리스크의 상당 부분이 해소됐고 증시도 소폭 긍정적으로 반응한 만큼 일단 호조로 평가하는 것이 맞다.
시장 반응을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알아보자. 원문은 급등했다는 표현을 쓴 반면 우리나라는 화답이라고 표현했다. 실물시장에서 반응이 그다지 뜨겁지는 않지만 당연히 긍정적이기는 했다. 유로존의 압력계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추가 하락을 했다. 유로존 증시 전반적으로 상승세로 마감을 했다.
하지만 이미 예상을 넘어 거의 시장이 확신을 했던 결과였던 만큼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장 후반에는 앞으로 지켜봐야겠다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렸고 유럽증시 후반으로 갈수록 상승폭은 대부분 차익실현으로 인해 희석되었다. 이 이후 미 증시는 개장과 동시에 등락을 거듭하다가 가까스로 상승 마감을 했다. 월가에서는 ESM에 대해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투자 패턴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오늘 미 증시가 가까스로 플러스권 마감을 한 것은 FOMC에 대한 기대, 애플 아이폰5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더 메인 이슈였다.
글로벌 증시 마감 브리핑에는 선반영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어제 30포인트 정도 미리 들어올린 우리나라 증시는 오늘 개장에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기대감을 어떻게 유지시켜 줄 것인가. FOMC에 대한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월가 현지에서는 이번에 진짜 QE3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FOMC 성명문 발표는 현지시간 목요일 12시 반, 우리시간으로 내일 새벽 1시 반이다. 그리고 분기마다 한번씩 있는 경제전망 발표는 오후 2시, 버냉키 연준의장의 기자회견이 오후 2시 15분이니 우리시간으로 내일 새벽 3시 15분에 무엇이 나와도 나온다는 예상이다.
6개 시나리오 중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2014년 말까지로 보증되어 있는 현행 연준의 0.25% 구간 기준금리를 1년 더 연장해주는 결정이다. 그래도 QE3보다는 연준 내에서 허들도 훨씬 적은 무난한 경기부양 조치로 이 정도에 대해서는 이미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다.
두 번째, 추가 양적완화다. 이미 1, 2차 양적완화를 통해 약 2조 3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가 연준 금고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번 주 상황이 달라진 것이 바로 지난 금요일 고용지표였는데 이것을 보고 아직까지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고 이번에 QE3가 나온다면 결정적으로 지난 금요일 고용보고서 부진 덕분이다. 하지만 11월 6일 미 대선을 앞두고 연준이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세 번째, 이것은 최상의 시나리오에 알파를 더한 격이다. 연준이 이번에 QE3를 발표할 경우 사실상 주택시장 지원을 위한 MBS에 집중될 것이다. 대신 다른 채권들에 한해서는 한도나 기한을 정하지 않고 실업률이나 GDP 같은 특정 항목의 개선 추세가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무제한 국채매입 조치를 발표할 수도 있다. ECB의 국채금리를 목표로 정해 놓고 무제한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무조건 줘야 할 것은 아니고 금액을 정해놓았다가 괜히 악용되느니 적당한 신비주의에 구두개입 효과를 더해 실제 투입되는 돈을 최소화하면서 물가관리도 하는 일석이조다.
네 번째 시나리오다. 간접적 양적완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지난 FOMC 의사록을 봤을 때 이런 논의가 있었다. 그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다. 연준이 중앙은행 자격으로 시중은행에 지불준비금 초과분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데 이것을 0으로 삭감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 즉 보관료를 받는 식으로 어떻게든 자금을 시중으로 풀려고 한다.
다섯 번째, 영란은행이 도입해 쓰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쉽게 말해 은행 본연의 업무가 수신 아니면 여신 둘 중 하나인데 이 가운데 여신, 즉 대출업무를 활발하게 하는 은행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여섯 번째, 연준은 분기별로 FOMC의 단기, 중기, 장기 경제전망을 각각 즉석에서 발표하는데 여기서 향후 경제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하거나 그런 식으로 설정할 경우 향후 연준 추가조치 기대감에 연착륙을 돕는 기대감 연장의 역할을 한다.
월가 현지 전문가 의견을 보자. 골드만삭스는 한참 전부터 QE3 전도사로 활동해 오고 있었다. 현 주가수준이 연장되느냐, 혹은 추가 상승이 가능하냐에 대해 자사의 전망은 비록 리스크는 올라가고 있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본다. 그 근거로 지난주 ECB의 OMT가 앞으로 몇 주내 가동될 것이고 이번 주 QE3에 대해 기대감이 있다. 그런 만큼 금융시장은 조금 더 여유로운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추후에 미국 펀더멘탈 지표가 개선되는 것이 동반되어야 한다.
바클레이의 의견이다. QE3가 이런 이벤트의 홍수 끝에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노아의 방주를 타고 항해를 해야 하는데 준비는 어떻게 해야 될까. QE3라는 재료는 이미 시장에 반영되어 있다. QE3 발표 후에도 증시가 추가상승하기 위해서는 지난 QE2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처럼 경제지표 개선이 뒤따라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즉 시장에 유동성은 신용자산이 더해진 것이든 아니든 간에 이미 QE3가 발표된 것처럼 팽창해 있는데 여기서 주가가 추가 상승을 하면 경제 펀더멘탈 개선 추세가 확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이후에 QE3 유동성 장세라고 해도 시장은 지금 경제상황에 비해 너무 한발 앞서 있다. 그래서 추가의 증거가 필요하다.
오늘 만기일도 있고 당장 외국인의 흐름이 중요하다. MSCI 한국지수를 보자. 미 증시보다 상승폭이 크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어제 우리나라 주가 30포인트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 FOMC 한국지수 58선이 코스피 1900 초반대가 되는데 외국인들은 아직까지 어제 1950포인트 마감 리스크에 대해 크게 동참할 의지가 없다. 외국인들은 관망세가 짙고 1950까지 절대 보지 않고 있다는 투심을 감안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