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국채 무제한 매입..외환시장 영향은?"

입력 2012-09-07 14:25
<성공투자 오후증시 1부 - 이슈진단>



외환선물 정경팔> 긍정적인 내용과 다소 실망스러운 내용이 함께 있다. 이른다. OMT라는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중앙은행이 유통시장에서 만기 1년에서 3년물 사이의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고 여기에 채무조정 발생시 선순위 채권자의 지위를 요청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ECB가 국채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국채매입을 원하는 나라들이 먼저 유럽구제기금에 공식적으로 요청을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국채를 매입할 때는 엄격한 개혁 조건이 붙기 때문에 이것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국채매입이 취소될 수 있다는 것은 시장의 기대치와 상당히 거리가 멀다.



또한 장기국채를 매입하던 기존의 S&P 프로그램이 이제는 중단되고 통화량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불태화 정책을 실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향후에는 유로화를 펀딩 통화로 하는 유로 캐리트레이드가 활성화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9월 중 주요 이벤트는 12일에 집중되어 있다. 독일의 헌법재판소에서 ESM에 대한 위헌 여부가 결정되고 미국에서는 12~13일까지 9월 FOMC 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9월 중순이 국제금융시장의 주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독일 헌법재판소의 ESM 위헌여부 결정과 관련해 보게 되면 위헌으로 결론날 가능성은 사실상 매우 희박하다. 만약 위헌으로 결론이 나고 유럽재정위기가 악화될 경우 독일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합헌 결정을 내리되 여기에 어떤 조건을 다느냐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이 유럽 구제기금에 기여할 수 있는 상한선을 일단 정하고 이보다 추가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독일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 시장이 예상하는 시나리오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는 유럽 구제기금의 운영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기 때문에 사실상 합헌 결정이 내려진다고 해도 시장에서 위헌 선호도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 연준의 9월 FOMC 회의와 관련해서는 QE3에 대한 가능성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된다. 오늘 저녁에 발표될 8월 미 월간 고용지표가 결정의 근거가 될 것이다. 미 비농업부문 고용과 실업률 차트를 보자. 지난 6월 비농업부문 고용증가 규모의 수정치가 6만 4000명을 기록했다.



수정치 이전의 잠정치가 8만 명이었던 당시의 시장 반응을 보면 여전히 QE3가 도입될 정도는 아니라고 했었는데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오늘 저녁에 발표되는 8월 비농업부문 고용증가 규모의 예상치가 13만 명 수준이다. 지난밤 발표된 ADP 민간고용이나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같은 선행지표들이 오히려 호재를 보였기 때문에 이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QE3가 도입될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



유로화, 엔화, 호주달러를 차례로 살펴보자. 유로달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2012년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일간 유로화 차트의 전체적인 거래 범위를 보면 1.2040달러에서 1.3480달러 사이이지만 1.27달러를 중심으로 등락하면서 특별한 방향성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유로화가 악재에 대해 상당히 견고하다는 것이다. 또 시장 참여자들의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속성이 9월에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 유럽중앙은행이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이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한계성이나 유럽의 경제 부진, 또는 미 연준의 QE3 가능성 약화 등을 고려할 때 유로화 강세는 제한적일 수 있다. 1.25달러와 1.27달러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본다.



다음은 엔화 동향에 대해 알아보자. 미국과 일본의 10년물 국채의 금리 차이가 달러엔 동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국채금리는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국채금리가 결정적인 변수다.



현재는 달러엔이 78엔대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미 월간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미 연준의 QE3 가능성이 더 약화되는 것이 확인될 경우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미국의 국채금리는 더욱 상승할 것이다. 또 일본과의 금리 차이를 벌리면서 달러엔은 상승 압력을 받는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선호도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볼 때 달러엔의 상승세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78~80엔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호주달러다. 호주달러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중국경제다. 특히 부동산시장의 동향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부동산가격이 소폭 반등했지만 올해 2분기부터 부동산 투자심리의 하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건설에 필요한 철광석의 가격 또한 하락하고 있다. 호주가 중국에 철광석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철광석의 가격 동향이 호주달러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호주달러와 미 달러의 차트를 보면 8월 초순까지는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정책적인 기대감 때문에 철광석과 호주달러 사이의 상관관계가 그다지 크게 드러나지 못했다. 그러나 8월 중순부터는 미 연준의 QE3에 대한 기대심리가 약화되면서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갑자기 살아나고 있다. 호주달러는 기술적으로도 주요 장기 이동평균선을 하향 돌파한 상황이기 때문에 하락세가 조금 더 깊어질 수 있다. 지난 밤에는 뉴욕증시 상승과 함께 반등했지만 반등세가 지속되지 못할 경우 미 달러화 대비 1달러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달러원과 유로원의 동향을 나타내는 차트를 보면 지난 5월 말 1180원대까지 상승했던 환율이 하락하면서 8월 초순에 325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었던 주 배경은 유로 캐리트레이드 때문이었다. 당시 그리스 관련 이슈가 진행 중이었지만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정책적인 기대감이 유로 캐리크레이드를 촉발시켰다. 이 과정에서 유로원의 하락이 달러원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8월 초순 이후에는 이러한 유로 캐리트레이드 포지션의 청산이 발생하면서 달러원의 반등세를 이끌어왔다. 따라서 이번 9월 역시 유로 캐리트레이드 포지션 동향이 달러원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밤 유럽중앙은행에 이어 미 연준까지 시장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할 경우 유로 캐리트레이드 포지션의 형성보다는 청산 압력이 더 강해질 것이고 그만큼 달러원에게는 상승 압력 또는 최소한 하방 경직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결과가 예상된다.



수급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외국인들의 주식과 채권 잔고 동향 차트를 보면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가 8월에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신규달러가 아닌 원화 계정의 자금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주식 환전 물량이 많이 등장하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 잔고의 증가세가 주춤해지는 양상이다. 외국인들의 채권 동향 역시 8월에는 금리인하에 따른 차익실현으로 잔고가 많이 줄었다.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상향을 계기로 매수세가 다시 나오고는 있지만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선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에 가격 부담으로 인해 추가 매수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따라서 외국인 동향에 따라 원화의 강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나라 무역수지의 흑자가 유지될 전망이기 때문에 환율의 상단이 계속해서 제한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여기까지는 환율이 박스권을 벗어날 수 있는 명분이 그다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9월 중 환율이 박스권을 벗어날 수 있는 변수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그리스 사태의 재부각이다. 현재 예상되고 있는 일정으로는 10월 초에 트로이카 실사단의 그리스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고 이 보고서를 근거로 추가 지원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만약 작년 9월처럼 트로이카의 실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된다면 환율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시장이 어느 정도는 그렉시트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때문에 작년과 같이 환율이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단은 1150원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번 달은 1125~1115원의 거래 범위를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