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투자의 아침 3부 - 이슈진단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OMT라고 이름 붙인 국채매입 프로그램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ECB의 국채매입 규모는 제한이 없을 것이나 다만 국채매입으로 풀린 통화는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모두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매입대상 국채는 1년 내지 3년물 국채에 집중될 것이라고 한다. 다만 특정한 금리 상한선은 공개적으로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CB의 국채매입 프로그램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가 먼저 EFSF에 국채매입을 요청해야 한다. 그래서 EFSF는 발행 시장에서 국채를 직접 인수하고 ECB는 유통시장에서 단기국채를 사들인다. 그리스나 포르투갈, 아일랜드처럼 전면적인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적용되고 있는 국가들도 대상이 된다.
이런 프로그램이 적용되려면 조건이 붙는다. 각 나라별 특성에 맞게 경제와 재정개혁에 관한 목표가 설정되고 해당 국가가 여기에 서명을 하고 주기적으로 이행 여부를 점검하게 된다. 만약 해당 국가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면 국채매입 지원은 중단된다. 그리고 이번에 사들이는 국채에 대해서는 ECB가 선순위 권리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프로그램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스페인이 먼저 요청을 하고 그 조건으로 붙는 경제개혁과 재정긴축 계획에 대해 동의를 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단지 게임이 시작됐다기 보다 게임의 룰이 마련된 정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스페인은 오늘 국채안이 발표된 뒤에도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국채매입 지원에 수반되는 조건이 보다 더 분명하고 상세하게 확인되기 전에는 요청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점은 유로존 방화벽 규모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사실상 불식되었다는 것이다.
기존 유로존에는 EFSF나 앞으로 출범할 예정인 ESM이라는 구제금융 기금이 있었다. 문제는 그 규모가 너무 작아 스페인같이 큰 나라가 위험해지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규모가 없는 중앙은행이 방화벽에 가세함으로써 이런 우려가 사라졌다. 오늘 드라기 총재가 말한 무제한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가 그래서 큰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1명이 반대했다고 했는데 아마도 독일 중앙은행의 바이트만 총재였을 것이다. 중앙은행이 특정 국가의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낼 위험이 크다는 점을 독일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국채매입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이것이 말처럼 그렇게 실현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해당 국가를 유로존에서 내쫓겠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후폭풍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부실 국가에 ECB가 끌려다니면서 무한정 돈을 찍어내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런 사정은 앞으로 ECB의 국채매입을 프로그램이 실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큰 시사점을 남긴다. 이런 문제 때문에라도 독일을 중심으로 아주 까다롭고 구속력이 강한 개혁 조건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스페인으로서는 더욱더 국채매입을 요청하기 어려워진다.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독일과 이를 회피하려는 스페인의 줄다리기가 앞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시장은 때로 불안정한 모습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