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은 등 귀금속 강세 예상"

입력 2012-08-31 14:10
<마켓포커스 2부 - 이슈진단>



동양증권 이석진 > 8월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최근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중순까지만 해도 금융완화 정책을 바탕으로 주요 자산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이 덕분에 대부분의 주요 자산들이 플러스로 8월을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8월에 가장 많이 오른 자산은 원유와 선진증시다. 국제유가는 한 달 동안 8% 가량 급등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긴장 관계가 높아지고 북해 원유 생산의 감소 가능성,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수요 증가가 동반되지 않는 유가 상승은 지속성에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WTI 기준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재돌파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선진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하면서 선진증시 역시 5% 가량의 비교적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간 점도 8월 자산시장의 특징이다.



이번 금융 장세의 특징 중 하나는 달러의 약세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달러의 약세를 배경으로 글로벌 자산시장에 강세가 나타났다는 점도 특징이다.



반면 최악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자산도 있다. 바로 상해지수다. 8월에만 2.8% 가량 하락하면서 2009년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증시의 매수 주체 중 하나인 외국인의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도 중국증시의 급락에 일조하고 있다.



결국은 금이 이긴다. 주식시장의 격언 중 시장과 맞서지 말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시장이란 정부 정책이나 중앙은행에 대한 기대감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정부와 싸운다는 것은 무모하다는 것이다.



금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 또는 중앙은행에 반하는 스탠스를 취할 이유가 없다. 현재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에 대한 태도는 어떤가.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1분기 97톤, 2분기 157톤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고 이런 추세라면 올해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1960년대 초 이래 사상 최저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에 대한 가장 극적인 태도변화는 한국은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2차례에 걸쳐 금을 매입했던 한국은행이 올해 6월에도 추가로 16톤을 매입하면서 외환보유고의 1% 가까이를 금으로 대체하고 있다. 질서 있는 금 매입 형태를 고려했을 때 한국은행의 금 매입은 앞으로도 진행형이라는 판단이 높다.



물론 금 수요는 중앙은행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전체 글로벌 금 수요는 2분기에 전년 대비 약 7% 정도 감소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인도와 중국으로 대표되는 장신구 수요의 감소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예전에도 언급한 바 있다. 인도 루피화 약세로 인해 인도인들의 금 구매력이 약화된 측면이 크다.



다른 투자 부분의 수요도 많이 감소했다. 장신구, 산업용, 투자 모두 수요가 감소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금값 역시 떨어졌어야 한다. 하지만 금값은 2분기 이후에도 보합권 이상의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시장과 맞서지 말라는 하나의 커다란 증거다.



기본적으로 금에 대한 매력도를 볼 때 가장 우선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과 그에 대한 헤지다. 물가 불확실성을 보면 금의 강세가 예삿일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미국 중서부 지역의 가뭄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그 잠재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TIPS 스프레스다. 이는 향후 인플레이션을 가늠하는 경제지표로 사용되는 지표인데 하반기에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금의 인기가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한 인플레이션 말고 디플레이션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 디플레이션 위험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유럽국가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내년까지도 마이너스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 위협 역시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안전자산의 성격을 가진 금의 가치가 더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결론적으로 현재 금은 잃어도 5~10% 정도의 제한적인 원금 보존 상품이다. 연말까지 대략 온스당 1800달러까지 가능할 것이다.



금의 강세와 더불어 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은은 온스당 30달러를 회복했다. 은이 처한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타 주요 금속들과의 가격 흐름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2009년 이후 금, 은, 동의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언뜻 비슷한 흐름으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기간을 나눠 살펴보면 차별화가 나타난다.



2009년 초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즉 1차 양적완화 정책이 펼쳐진 시기에는 글로벌 제조업 회복을 등에 업고 단연 구리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2009년 초를 100으로 봤을 때 2010년 4월 말에 구리는 255였던 반면 은은 166, 금은 134에 불과했다. 바로 산업금속의 시대였던 것이다.



이때부터 은은 제 살길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귀금속보다는 산업금속의 모멘텀이 우세함이 확인되면서 은이 자기 정체성을 산업금속으로서의 포지셔닝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차 양적완화 시기에는 단연 은의 시대가 펼쳐졌고 무려 3배 가까이 랠리를 펼쳤다. 그리고 구리와 은 가격의 조정 속에 금이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구간이 나타났다.



2011년 4분기 이후부터는 모든 금속이 상승 모멘텀을 잃고 비슷한 흐름으로 조정 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은 가격이 구리가격 상승과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어 귀금속보다는 산업금속의 성격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귀금속과 산업금속의 혼혈아라고 할 수 있는 처세술의 달인, 은으로서는 향후 전망이 유리한 귀금속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 2차 양적완화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도 은 가격이 높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와의 시기적인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 2010년 하반기에 시작된 2차 양적완화 시기 이후에 유럽 금융위기의 확산으로 인해 쏟아 부어진 통화량들을 고려하면 통화가치와 가치 저장성으로 귀금속의 가치는 당연히 크게 상승했다. 오히려 적절한 비교는 통화완화 정책을 야기하는 경제와 금융의 비참함 상태와 해야 한다.



미저리 지수라는 비참함 상태를 보여주는 차트를 보면 실업률이 가장 중요하다. 2010년 당시와 지금의 실업률을 비교해보면 무려 2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당시보다 귀금속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 당시와 지금의 은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비교다.



따라서 향후에 은은 금에 따라 가격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졌고 연말까지 은의 상승 모멘텀은 더 존재할 것이다. 은도 투자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에는 은 ETF가 있다. 주식과 함께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다. 또 은 실물 펀드도 있다. 그러므로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성향을 고려해 간접, 직접, 선물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투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