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투자 오후증시 1부- 박문환의 시장돋보기
동양증권 박문환 > 유럽 지도자들도 오늘 조용했고 미국도 조용했다.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경제지표도 없었고 기준을 잡을 이벤트도 없다 보니 작은 변화에도 시장의 성격이 마구 변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어제는 삼성전자가 급락하면서 현물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그 바람에 콘뎅고가 깊어지면서 프로그램 매수가 들어왔는데 오늘은 바로 그 반대 현상이다.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강해지면서 어제 장중 1.6까지 상승했던 베이시스가 오늘은 1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현저하게 낮다. 그 바람에 어제 들어왔던 프로그램 매물이 고스란히 나오고 있다.
그러니까 어제는 삼성전자와 부품주를 제외한 대부분 종목들이 프로그램 매수의 영향으로 강세를 보였다면 오늘은 정반대로 어제 올랐던 종목들이 고스란히 약세를 보이고 있으니 단 하루 만에 종목들의 팔자가 뒤바뀐 것이다. 이런 하루짜리 현상들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때그때 오르는 종목을 따라가기 정말 어렵다. 지수가 조정 받을 때 매수를 해야 되는 시장인지 혹은 반대로 반등 시 물량을 줄여야 되는지만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오늘은 이에 대한 판단에 도움을 줄 지표를 소개하겠다. 바로 미결제약정의 변화다. 미결제약정이란 아직 청산되지 않고 남아 있는 계약들을 말한다. IMF 이후 우리네 증시가 활짝 열리면서 비정상적인 시장이 형성되었다. 바로 파생시장이다. 이 파생시장은 원칙적으로 위험에 대한 헤지를 목적으로 탄생한 것이기 때문에 거래세가 없는 것이 정상이다.
세금이 없고 대량의 거래가 가능하다 보니 세상에서 내로라하는 꾼들이 우리 시장으로 모두 몰려들게 되었다. 소위 선수들의 각축장이 되면서 우리시장은 재미있게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가장 먼저 재료가 반영되는 시장이 되어 버렸다. 즉 아주 중요한 이벤트에 앞서 우리 시장이 먼저 움직이는 모습을 늘 보여줘 왔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수형 파생시장의 적정 규모는 기초자산 대비 30%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대 800% 이상으로 커지게 되면서 이제는 완전히 별개의 입장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이 괴물을 통해 아주 중요한 힌트를 얻어낼 수 있었다.
미결제약정이 정방향으로 늘어나는 것은, 그러니까 주가가 상승할 때 미결제약정이 덩달아 늘어나고 주가가 하락할 때 미결제약정이 감소한다면 이는 중기적으로 상승 추세임을 의미한다. 반대로 역방향으로 늘어난다면, 즉 주가가 하락할 때 오히려 미결제약정이 늘어나고 주가가 상승할 때 미결제약정이 감소한다는 것은 중기적으로 하락 추세라는 것을 의미한다.
증명해 보자. 일단 1번 차트를 보면 수직선이 두 개가 있고 가운데 노란색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차트에서 맨 아래 실선으로 표시된 것이 미결제약정을 표시한 선이다. 꼬불꼬불하게 된 선을 뜻한다. 어떤 증권사에도 거의 대부분 표시되는 선이다. 노란색 구간을 잘 보자. 맨 밑에 보면 미결제약정이 강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는 하락하고 있다. 이것은 주된 에너지가 하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배열이라는 의미다. 노란색의 오른쪽을 보자. 지수가 반등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미결제약정은 분명 감소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 미결제약정은 역방향이다. 즉 주가가 상승할 때 감소하고 하락할 때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모습은 역시 주가가 중기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결제약정이 비교적 정확한 싸인을 주는 이유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나라의 파생시장은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졌고 선물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먹이사슬의 최고위에 있는 이른바 선수들이라는 점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하락에 강한 배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하락에서 미결제약정이 강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방향이다. 그러면 두 번째 차트를 보자. 이것이 가장 최근에, 그러니까 드라기 ECB 총재가 ‘나를 믿으라’고 했던 그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차트다. 여기에 수직선을 다섯 개 그려놓았다. 맨 위 수직선의 좌측을 보면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이 분명히 보인다. 그런데 어떤가. 미결제약정이 증가하고 있다. 그 다음에 두 번째 수직선 역시 좌측을 보자. 주가가 조정을 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미결제약정은 분명히 감소하고 있다.
세 번째 수직선 좌측에는 주가가 상승시 미결제약정이 증가하고 있고 네 번째 수직선의 좌측에는 역시 조정시 미결제약정이 감소하고 있다. 맨 오른쪽을 보자. 수직선을 보면 음봉에서 미결제약정이 감소했었고 어제 강한 양봉에서는 다시 미결제약정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미결제약정이 시장이 상승할 때 증가하는, 소위 정방향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매도하는 것이 옳은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미덥지 않을 수 있으니 또 하나의 증거를 제시하겠다. 돈의 흐름처럼 정확한 것이 없다. 돈들은 항상 정확하게 이익이 나는 쪽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최근 상품선물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매도 포지션이 증가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매도 포지션이 증가한다는 것은 시장이 안전자산 선호에서 위험자산 선호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흔들릴 때마다 매수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