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핑] 삼성-애플 특허전, 앞으로의 향방은?

입력 2012-08-27 07:17
<앵커> 지난 주말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에 대한 미국 법원 배심원 평결이 나왔습니다. 배심원들은 애플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자세한 소식 보도국 증권팀의 조연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평결문 내용부터 전해주실까요?



<기자> 네. 간단하게 추려보자면, 배심원들은 애플이 주장한 특허 7가지 중 하나만 빼고 모두 인정했고요. 반면 삼성전자가 주장한 기술 특허는 하나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애플의 완승이죠.



현지시간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3일간의 평의를 마치고 이 같은 평결문과 함께 10억4934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2천억원을 배상하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특허침해 소송 역사상 가장 큰 액수인데요. 배심원단은 “애플이 주장한 삼성 특허 침해 중 상당수가 인정된다”며 “특히 일부는 고의로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배심원단이 인정한 특허는 애플 아이폰의 외관 디자인과 아이콘 배열, 바운스 백(마지막 화면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튕겨 나오는 기술), 멀티터치 줌(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 축소하는 기능) 등 총 6건입니다. 반면 삼성이 주장한 이동통신관련 기술 특허는 애플이 침해하지 않았다고 평결했습니다.



<앵커> 배심원단이 미국 시민들로 이뤄진 만큼 텃세를 무시할 수 없지 않느냐란 우려가 있었는데요. 그렇지만 또 이렇게 일방적인 승리가 나올 것이란 전망은 크지 않았습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 언론들은 먼저 “애플로서는 최상의 결과다” “애플의 승리다”라고 헤드라인을 뽑았는데요. 안방에서 열린 평가(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 법원이 애플 본사에서 상당히 가까운 거리 내에 있고, 배심원들도 이 지역(실리콘밸리) 출신)다 보니 애플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처럼 일반적 평결은 의외라고도 보도했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자국 기업을 지키기 위한 보호무역이 아니냐’, ‘잘 나가는 한국기업 때리기다’라는 지적도 일고 있는데요.



특히 사상 최대 규모의 배상액은 의외라며 ‘전례 없는 파격적인 승리’라고 현지언론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의로 특허를 침해한 것이 인정된다면 판사의 판결 과정에서 배상액이 많게는 3배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습니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평결이 오히려 IT업계의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과도한 특허가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고 높은 판매가격의 정당성을 안겨줘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일부에서는 IT소송에 맞지 않는 배심원 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판사나 전문가들조차 판결내기 힘든 정보기술 관련 특허들을 과연 3일이란 시간 동안 비 전문가들인 배심원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여파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평결이 단지 삼성과 애플, 두 회사뿐 아니라 스마트폰 업계의 지도를 바꿀 수도 있다고요?



<기자> 네. 저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직사각형 외관, 둥글게 처리된 모서리,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가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배심원들의 평결이 다소 광범위한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인정하며 삼성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마트폰도 위기를 맞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아이콘 배열이나 사용자 환경도 비슷하다보니 HTC, LG전자 등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우려에 처했습니다.



또 멀티터치 줌,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키우고 줄인다던지, 또 화면을 두 번 두드리면 확대-축소 되는 기능이 특허권을 인정받았죠.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쓰이고 있는 기능이어서 삼성전자를 기점으로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싸움을 강화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현재 애플은 삼성전자와 전세계 9개국에서 30여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고요. HTC와 모토로라와도 비슷한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최종 상대는 모바일 운영체계 시장을 놓고 애플과 싸우고 있는 구글이 될 가능성이 높죠. 생전의 스티브 잡스는 “안드로이드와 핵전쟁이라도 할 수 있다”라고 말한 적도 있는데요. 구글을 잡기 위해 먼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제조사 중 덩치가 큰 삼성이 첫 타격이 됐지만, 시작일 뿐 언젠가 구글과 애플의 진검승부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다시 삼성과 애플로 돌아가죠. 이제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정일 것 같습니다. 배심원 평결이 최종 판결은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네, 이제 이 판결을 담당하고 있는 루시 고 판사의 1심 판결로 눈이 쏠리는데요. 최대 한달 정도 걸립니다. 삼성은 이 사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판사는 이를 검토해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판사가 배심원단의 평결을 뒤집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삼성 측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배심원 평결과정을 지적할 수 있는지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 반대로 평결보다 손해배상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죠.



한편, 애플은 이번 평결이 나온 직후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7일 이내로 삼성 제품에 대한 미국 내 판매금지 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갤럭시 S와 S2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신제품 갤럭시S3일텐데요. 이번 평결에서 완승한 만큼 S3와 갤럭시 노트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플이 가처분을 신청하면 삼성이 2주 안에 답변을 내놓은 뒤 다음달 120일 공판이 열릴 예정인데요. 사실 특허 소송 배상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판매금지입니다. 세계 최대 모바일기기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철수된다면 그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겠죠.



이에 삼성전자는 미국 법원의 판결 결과가 경우 즉시 항소 준비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전망입니다. 항소심에서는 배심원들이 아니라 전문판사들이 심리를 하죠. 또 연방특허법원에서 열리는 만큼 다른 나라의 판결 사례도 좀 반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항소가 이어지면 대법원까지 가게 되고 최종 판결까지는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2년까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 사이에 물론 삼성과 애플이 합의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번 평결로 얻은 ‘카피캣’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삼성이 모든 것을 총동원하지 않겠느냐란 시선이 우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