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없다면...그리스 지중해 빈국으로 남을수도

입력 2012-08-23 08:07
◈ 신뢰가 없다면...그리스 지중해 빈국으로 남을수도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심어 놓은 중요한 코드 중에 하나는 스스로 잘났다고 믿게 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임원들은 대부분...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면 회사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몇 명은 그런 위대한 자신을 몰라준 회사에게 멋지게 복수한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그만두기도 하지만...자신이 없어도 회사가 잘 돌아가는 것을 보고 대부분 실망한다.



그리스 역시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면 유로존이 망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리스가 없어도 유로가 잘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실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마라스는 스스로 만든 새로운 긴축 안을 들고 분주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오늘 새벽에는 융커를 만났고 24일에는 메르켈을 만날 예정이며 그 다음 날에는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기로 되어 있다.



그는 “우리가 필요한 것은 약간의 숨쉴 수 있는 공기이다.”라며 “시간을 더 달라는 것이지 돈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기존의 긴축 안에 대해 2년간 추가로 연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의 말대로...아주 간단한 부탁이고 충분히 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유로존의 지도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냉담했다.



일단, 네덜란드에서 긴축 기한의 연장을 즉각 반대했고 독일의 메르켈 총리 역시 24일 사마라스를 만나서 아무런 결론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오늘 새벽 만난 융커는 심지어...“지금 당장 그리스에 세 번째 구제 금융을 지지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절대로 3차 지원이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융커는 이처럼 그리스에 대한 지원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면서 “그리스는 지금 신뢰의 위기 속에 빠져 있다.” 고 분명하게 꼬집었다.



그러니까...지원금을 받을 때는 고개를 숙이고...지원금을 받은 이후에는 곧장 자세가 바뀌었던 그리스를 더 이상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국제사회와 약속을 하고 이를 툭 하면 번복하는 그리스에 대해 이제 모두 지친 것이다.



이번에도 사마라스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트로이카와의 재협상을 공약으로 걸었었다.



재협상이라니???...재협상을 하려면 빌렸던 돈을 다시 가져와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해야 마땅하지...돈은 다 써버리고 난 후에 재협상은 말이 시작부터 안되는 일이었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들은 드라크마로의 복귀를 강하게 천명하며 유로 정치권에 협박까지 했었다. 이번에 사마라스의 2년 연장 요청 역시 불과 20일 전에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 그가 사인했던 부분을 스스로 번복한 것이다.



융커의 말대로...그리스의 당면한 문제는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돈을 빌려줘도 떼어먹힐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신뢰가 지금의 그리스에게는 없다.



이를 회복하지 못한다면...그리스는 자칫 지중해의 빈국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글. 박문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03470 target=_blank>동양증권 강남프라임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