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진단] 시장금리 상한제 논란

입력 2012-08-21 07:38
굿모닝 투자의 아침 3부 - 이슈진단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 시장금리 상한제란 국채금리에 일정한 목표선을 정해 놓고 금리가 그 선을 웃돌면 ECB가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다시 떨어뜨리는 제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스페인 국채금리에 대해 5%의 상한선을 둔다거나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이가 3.5%p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ECB의 개입 목표를 시장에 공표하는 것이다.



이것은 스페인 국채 가격의 하한선을 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국채가격이 얼마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안심하고 스페인 국채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제도는 미국에서 지난 1940~1950년대에 성공적으로 시행된 사례가 있고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연준 이사 시절에 도입을 주장한 적이 있다.



시장금리의 상한선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ECB가 잠재적으로 스페인 국채를 무제한, 무기한으로 매입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만약 국채매입 규모의 한도를 설정해둔다면 나중에 ECB의 실탄이 떨어진 뒤에 스페인 국채금리는 다시 뛰어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ECB가 국채시장에 무제한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이런 잠재적인 위험이 독일 중앙은행의 우려를 자극했다. 중앙은행이 돈을 무제한으로 푼다는 것은 엄청난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ECB의 무제한 국채매입은 독일이 극구 반대하는 유로본드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스페인 정부 빚을 낮춰주기 위해서 인플레이션이라는 일종의 세금을 독일 국민들이 대신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빚을 독일이 나눠 지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ECB로서는 큰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규모와 기간의 한도를 정해놓고 시장에 개입하면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극히 제한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CB가 제한적인 개입에 그친다면 시장은 분명히 실망할 것이라는 분석 보고서가 이미 지난주에 나와 있는 상황이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ECB가 금리 상한선을 두고 무제한 시장개입을 천명하되 이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될 것이라는 점을 독일에 설득하는 것이다.



금리 상한제 개입이란 이론적으로는 무제한의 통화증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ECB의 개입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사실이다. ECB가 시장 뒤에서 초대형 화력으로 받치게 되면 시장 스스로가 안심하고 상한선 안에서 가격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40~1950년대 미국의 금리 상한제 당시에도 실제 연준이 사들인 미국 국채규모는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사례도 있다. 과연 ECB와 유럽 정치권이 이런 점을 잘 설득해 일관성 있게 추진할 정치력이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나 이 점은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