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급 이상 고위 공무원들이 퇴직할 경우 대체로 산하기관의 임원을 끝으로 물러나는 게 관행입니다.
그런데, 지식경제부와 산하기관 기관장들은 유독 퇴임후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공기업이나 공직에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꺼진 불도 다시보자'는 자조적인 말들이 관가에서 흘러 나올 정도입니다.
양재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식경제부 고위 공무원 출신들은 인기 가수의 컴백 무대와 비슷합니다.
지난해 가을 블랙아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최중경 장관 후임에 임명된 홍석우 장관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10년 중소기업청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던 홍석우 장관은 1년 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을 거쳐 지식경제부 수장으로 돌아 왔습니다.
성장동력실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감한 후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으로 물러나 있던 조석 제2차관도 홍석우 장관 입각때 지식경제부로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지식경제부 뿐 만 아니라 산하 단체장들 역시 같은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2009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던 박철곤 사장도 2011년 전기안전공사 사장에 임명됐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마지막 산업자원부 1차관을 역임했던 오영호 코트라 사장도 중용된 사례입니다.
오영호 사장은 2008년 차관에서 물러난 후 서강대학교 교수와 무역협회 부회장 등 야인 생활을 거친 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재공모 끝에 지난 6월 선임된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지난 1999년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과 주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를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후 친정인 지식경제부 산하단체장으로 돌아왔습니다.
30일 공모 추천을 마친 광물자원공사의 사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고정식 전 특허청장도 같은 사례입니다.
2010년 특허청에서 공직을 마감했던 고정식 전 청장은 퇴임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맡아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식경제부 산하단체인 한국석유공사와 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발전자회사인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등 공기업 CEO 임기도 10월 이전에 만료됩니다.
이로 인해 퇴직 관료들 사이에서는 '꺼진 불도 다시보자'는 말을 되새기며 화려한 귀환을 꿈꾸는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흔히 관가에서는 1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경우 퇴직할 경우 대체적으로 산하단체 임원을 끝으로 물러나는 것을 관행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 물러났던 인물들이 지식경제부와 산하단제장으로 재등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임기 7개월여를 남겨 놓은 이명박 정부의 인사 난맥상과도 맞물리고 있다는 비아냥이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양재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