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투자의 아침 2부 - 이슈진단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 첫 번째는 스페인 국채수익률에 붙어 있는 위험 프리미엄을 언급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를 지적했다는 점이다.
드라기 총재는 오늘 연설에서 스페인 국채수익률에 붙은 위험 프리미엄이 통화정책의 파급효과를 저해하는 수준으로까지 커져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ECB가 개입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ECB는 국채를 직접 사들이는 시장개입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는데 그런 태도가 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부채금리가 어느 정도 오르는 것은 그 나라 정부의 재정위험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ECB가 개입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 이상으로 금리가 오르면 통화정책의 기능을 저해하기 때문에 ECB가 당연히 해소해야 할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어제 이 시간에 언급했듯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를 복원한다는 대목에서 ECB가 드디어 시장개입의 명분을 확보했다.
ECB가 그동안은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왜 개입하겠다고 나섰는지 그 명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스페인 국채시장의 불안은 주로 만기가 긴 장기영역에서 진행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만기가 짧은 단기영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ECB는 여기에서 개입에 명분을 얻었다.
통화정책이란 초단기 금리를 조정해 단기, 중기, 장기 시장금리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파급효과를 추구하는데 지금처럼 단기 시장금리가 급등한다는 것은 ECB의 초저금리 정책의 파급이 단절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태라면 ECB의 금리인하 정책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앞으로 ECB는 단기 국채시장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단기금리를 낮추는 노력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단기국채 직접 사들이는 방법도 있고 스페인 은행들로부터 대출자산을 사들여 은행들이 그 돈으로 단기국채를 매입하도록 유도하는 간접적인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하면 단기금리는 물론이고 중장기금리도 연쇄적으로 하향 안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극적이던 ECB가 돈을 풀기로 했다는 점에서 대형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스페인마저 전면적인 국가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할 것이라는 위험이 일단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ECB의 개입은 스페인의 채무상환 위험을 줄여주는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단지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 뿐이라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CB가 벌어준 시간 동안 스페인과 유로존 정부들이 어떠한 구조적인 개선 노력을 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ECB가 미국 연준처럼 경제성장과 주식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전통적으로 늘 그랬듯 ECB는 앞으로도 후행적이고 점진적인 정책 스탠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가 커져야만 한발씩 물러서는 수동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ECB가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섰다는 것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등이기도 하다. 특히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도 유추할 수 있다. 그리스 퇴출이 스페인에 전염되지 않도록 미리 방화벽을 쳐 두자는 포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오늘 씨티그룹은 90%로 상향 조정했다. 그전에는 50~7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