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중견기업 세 곳 중 두 곳이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가업승계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상속세 공제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박병연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국내 중견기업들이 가업승계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중견기업 35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4%가 가업승계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꼽았습니다.
이처럼 무거운 상속세 때문에 가업승계를 포기했다는 응답이 72.8%로, 가업승계를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라는 응답(27.2%)보다 세 배나 많았습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가업상속공제율을 40%에서 70%로 확대하고 공제한도도 100억원에서 300억원(기존 60억-100억원)으로 상향조정했지만, 유인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공제율과 공제한도를 높인 대신 선진국 보다 엄격한 고용유지 의무를 신설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가업상속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매출액이 1500억원 이하여야 하고 상속 후 10년간 고용을 120% 유지해야 합니다.
반면 독일의 경우 가업상속 후 5년간 지급임금 평균의 80% 이상을 유지하면 가업상속재산의 85%를, 가업상속 후 7년간 지급임금의 100% 이상을 유지하면 상속재산의 100%를 공제해 주고 있습니다.
일본도 비상장 중소기업 주식을 상속받아 5년간 고용 평균의 80% 이상을 유지하면 비상장주식가액의 80%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면제해 주고 있고 영국은 고용유지 의무없이 가업상속재산의 50~100%를 공제해 주고 있습니다.
상속 이후 상속인이 사업을 오래 영위할수록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큼에도 이에 상응하는 조세지원 제도가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피상속인의 사업영위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잡고 매출 규모는 너무 낮게 잡아 실제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축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병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