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의회연설에 관심..외국인 매수 기대 '자제'"

입력 2012-07-17 09:22
<출발 증시특급 1부-글로벌 마켓 NOW>



김희욱 해설위원 > 미국증시는 이제 첫 날을 겨우 마감했다. 미국증시의 다우지수는 지난주 금요일에 200포인트 상승 마감했다가 오늘 50포인트 하락했으니 4분의 1 정도 반납한 것이다. 오늘 미국시장의 3대지수 모두 하락 마감했다고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



다만 경계를 해야 할 이슈가 있다. 미국의 소매판매는 0.5% 하락으로 발표됐다. 이 정도면 많이 내린 것이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의연했다. 왜냐하면 이번 주 버냉키 연준의장의 연설이 있기 때문에 경제지표가 적당히 좋게 나오는 것보다 차라리 아예 나쁘게 나오는 것이 버냉키 연준의장을 자극하기에 좋다는 생각이다.



미 상무부에서 제공한 소매판매 지표 자료를 보자. 지난 6월의 미국 소매판매는 당초 전문가들은 0.2% 정도 증가를 예상했지만 기대와는 정 반대로 -0.5%가 나왔다. 전월 대비 0.5% 감소한 것이다. 0.5%면 많이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6월 결과라는 것을 착안할 때 미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행락철인 4~6월의 소비경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최근 제조업지표나 고용지표에서 항상 버팀목 역할을 했던 자동차 업종도 6월에 비해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이번 소매판매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세부항목 중 전자제품만 빼면 자동차, 식음료, 가구, 의류, 레저와 생활용품 등 거의 전 업종이 전년 대비 플러스이지만 전월에 비해 전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대승적으로 보면 소비의 회복세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전월 대비 전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전자제품은 전년과 전월에 비해 모두 감소추세를 이어갔다. 또 식음료, 의류 등은 월간, 연간 모두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난 미국의 6월 소비는 주로 가격이 싸고 당장 먹고 입고 마시는 생필품 소비재로만 소비가 집중됐었다. 게다가 보통 소매판매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는 6월 중에도 하락하면서 주유소 매출이 1.8% 줄었으니 그만큼 가처분 소득 증가효과가 있어야 하는데도 여기서 확보한 소비여력이 다른 쪽으로 증가되지 못했다. 주유소 매출이 줄어든 만큼 기름값이 내려 여기서 소비여력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쪽에 소비가 늘지 못한 점이 비관적이다.



월가 현지 전문가의 의견을 보자. 포트 피트 캐피탈은 오늘 소매판매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특히 유가 하락분이 소비증가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또 이는 미 소비자들이 여전히 적극적으로 소비를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곧 있을 학생들의 개학철 소비시즌에도 관련 유통업종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레딧 스위스의 의견이다. 소비와 고용이 둘 다 약화되고 있는 현 상황은 또 다른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즉 소비가 줄면 기업실적이 줄고 그러면 기업들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고용이 줄면 소비가 또 줄어드는 악순환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이러한 근거를 들어 미 GDP 성장률 전망치 2분기 분을 기존 2%에서 1.6%로 하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럴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이번 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예정된 버냉키 연준의장의 연설에 쏠린다. 어떤 면에서는 이번 주 경제지표가 아예 나쁘게 나오는 것이 좋을 것으로 QE3 지지자 입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5가지 시나리오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한다. 지금 우리 투자자만큼 생각이 복잡한 사람이 버냉키 연준의장일 것이다. 오늘 밤에는 상원, 내일 밤에는 하원에서 반기 중앙은행장 증언을 앞두고 있는 버냉키 연준의장이 어떤 발언을 할지 5가지 시나리오로 미리보기를 준비했다.



첫 번째는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다. 지금 투자자들만큼이나 미국의 정치인들도 어떤 식으로든 연준의 경기부양책을 기다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미국 정치인들은 올해 선거도 있는데 경기부양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미 재정적자에 발목이 묶어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더욱 연준에 의지하고픈 마음이 클 것이다. 자신들의 홈그라운드인 의회에 버냉키 연준의장을 불러들이는 자리에서 어떻게든 연준의 QE3 힌트라도 얻어내려고 애쓸 것이다. 즉 정치인들이 이번에는 모처럼 투자자들의 편에서 혹은 대리인으로 활약을 할 것이다. 이것이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다.



두 번째, 2008년 말 이미 미국의 기준금리는 사실상 제로수준까지 떨어졌다. 그 이후에는 가장 원초적인 통화정책, 다시 말해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식으로 연준의 조치가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선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기존 2014년까지 동결하겠다고 공표했던 현행금리를 1년 더 연장해 2015년까지 동결한다고 밝히거나 연준이 예치하는 시중은행의 초과 지불준비금에 대한 이자를 삭감한다고 발표할 경우 이는 또 다른 호재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리보금리 사기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이다. 지난 금요일 뉴욕 연준이 발표한 것을 보면 이번 은행 간 리보금리 조작 사건에 대해 미국과 영국의 은행 당국이 2008년 초부터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는 자칫 잘못하면 시장의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는, 다시 말해 미 대형은행들의 자금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버냉키 연준의장이 어떻게하면 대의명분을 지키면서도 시장 본연의 기능을 침해하지 않는 절묘한 해법을 내놓느냐가 중요하다.



네 번째, 유로존 위기에 대해 연준이 어떻게 판단하느냐도 중요하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의 공조 분위기도 있고 연준의 최근 행보를 보면 유로존 정상회담에서 입장표명을 하고 정상들과도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이번에 버냉키 연준의장이 미 은행 시스템으로 하여금 유로존 사태로부터 어떻게든 내성을 가질 수 있게 조치를 생각하고 있다는 식으로 유로존 사태에 대한 미국의 대처를 언급 혹은 의중만 밝힌다고 해도 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일부 의원은 중국의 경기둔화에 대해서도 연준의 입장을 듣겠다고 질문을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섯 번째, 조금 회의적인 마지막 시나리오다. 의회가 가지는 한계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재정적자,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지금 미 의회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연준의장이 나와 경기부양책이나 세제혜택 연장에 대해 압박하면 못 이기는 척 이것을 따라갈 텐데 자신들의 손으로 하자니 부담스럽다. 연준의장에 대한 의존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범위가 넓기는 하지만 다섯 개 중 한 두 개 정도는 나올 것이다. 여기에 대해 대응하면 되겠다.



오늘 우리시장 외국인의 매수, 매도 기조에 대해 유로달러 환율과 함께 살펴보자. 달러대비 유로환율은 0.03% 하락 마감했다. 최근 6개월 동안 코스피와 유로환율이 거의 동행하고 있고 지난 2월부터 위쪽 박스권에서 움직이다가 지금은 레벨 다운된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 달치를 보면 어떻게든 저점은 확인했지만 반등이 크게 힘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어제 반등에 이어 오늘은 중립적인 입장이다. 그렇다고 외국인이 급하게 매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르다. 오늘 외국인 입장에 대해 중립 정도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