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지독한 거짓말, 통계'...BOK에 대한 시각

입력 2012-07-13 16:19
12일 외신들은 일제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톱뉴스로 다뤘다.



대부분이 '예상치 못했던 금리 인하(unexpected rate cut)'라는 제목을 달았다. 김중수 총재가 밝힌 '선제적'인 통화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모습이었다. 겉으로는 유럽에서 촉발될 재정,금융위기가 미국, 중국과 BRICS에 이어 한국처럼 상대적으로 건전하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곧이어 발표된 호주의 고용동향이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두 재료는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전 세계 주식시장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이들의 행간을 읽어보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한마디로 '당했다'는 공감대가 바로 그것이다.







서울시장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채권가격은 국채선물을 중심으로 폭등세를, 원화 가치는 급락했다. 시장참여자들은 김 총재의 '불통'이 결국 또 '사고'를 쳤다며 격앙된 반응까지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채권관계자는 "금통위 직후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추가 인하여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총재가 '그것은 여러분들이 판단하기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답하는 내용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전했다. 채권과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빨라야 8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금리인하 여력을 남겨두기 위해 그 이후를 타이밍으로 봤다. 왜냐하면 김 총재와 금통위, 한은이 '그런'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 6월12일 한국은행 창립 62주년 기념식에서 김 총재는 유럽의 경우를 지적하기는 했지만 '케인지언 포퓰리즘'을 언급하며 재정과 통화정책으로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뒤 다시 한은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세계 각국의 위기 극복 노력과 관련해 "통화정책은 만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위기를 맞아 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이 긴요했지만 부작용에 주의해야한다"까지 했다. 채권,외환시장 참여자들이 7월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그런' 신호 가운데 하나가 되기 충분한 발언이었다.







물론 그 사이 상황이 급변했다. 그리스 2차 총선, 스페인 은행권 구제금융 요청, 유로존 정상회의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중국인민은행의 두 차례 금리인하....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빛의 속도로 상호작용하는 지금 한 달은 과거의 한 달이 아니라는 점은 이해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완화된 것도 금리인하를 결정하는데 자신감을 주었을 것이다.







문제는 김 총재가 취임 이후 수많은 '설화(說禍)'를 만든 전력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경을 막론하고 시장참여자들이 김 총재와 BOK에 또 한 번 '당했다'고 느끼는 이유다. 총재의 브리핑 시간이 되면 밥 먹으로 간다는 시장참여자들의 농담이 정말 농담이라고 느끼는 것일까? 마크 트웨인이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다. '거짓말(Lie), 지독한 거짓말(Damned Lie), 통계(Statistics)'이 바로 그것이다. 흔히 첫번째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 두번째 '지독한 거짓말'은 밑도 끝도 없는 새빨간 거짓말로 받아들인다. '통계'는 엉터리 수치로 진실을 왜곡하는 거짓말을 뜻한다. 시장참여자들은 최소한 이 세가지 거짓말 가운데 하나에 속아 넘어가고 싶어한다. 김 총재와 BOK의 좌충우돌은 그 어느 것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