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남아 있지만 지금은 매수 시각으로 접근해야"

입력 2012-06-20 14:34
<성공투자 오후증시 1부 - 박문환의 시장돋보기>



동양증권 박문환 > (스페인 금리) 말고도 경제지표도 별로 안 좋았다. 하지만 죽고 사는 문제에 당면했을 때 작은 뾰루지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제조업이 악화되는 경기지표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 사이클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나 중요한 것이다.



지금 스페인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경제지표가 호전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보다 중요한 것은 스페인과 관련된 문제가 어떻게 가닥을 잡을 것인가다. 만약 이번 달 말까지 유로정상회담에서도 스페인에 대한 대책을 못한다면 아무리 경제지표가 호전된다 하더라도 주가를 상승시키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새벽 주가를 역시 스페인과 관련된 뉴스였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3국이 유로존의 안정과 금융시장 기능개선을 위해 금융동맹 제안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내용이 파이낸셜 타임즈에 실렸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는 조만간 성명을 내겠다고 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금리가 지금 너무 높아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고 신속한 시장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주가가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럽시장이 끝나고 나와 유럽시장에 반영되지 않았던 악재도 있었다. 얼마 전 독일의 녹색당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정부가 독일의 국민 혈세를 사용하면서 어떻게 의회도 모르게 할 수 있느냐며 헌법소원을 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독일의 대법원이 향후 독일이 유로시장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거나 혹은 수용할 때 정책의 검토 단계에서부터 보고를 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려버렸다. 이렇게 되면 매번 중요한 결정에 앞서 독일 의회에 보고를 해야 하고 이럴 경우 자칫 유로존에서 중요한 결정이 필요할 때 시간 지연으로 인해 낭패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악재가 될 것이다.



그나마 메르켈이 가지고 있었던 눈곱만큼의 유연성도 이제는 별 의미가 없어진다는 점이 속상하다. 하지만 독일 의회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게다가 지금 유로존에서 해결의 의지가 더 큰 상황이다. 이미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나 융커 유로그룹 의장, 바로수 EU 집행위원장 등이 은행통합의 청사진을 만들어 이달 말 유로정상회담 이전에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독일이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되겠지만 도덕적 해이의 문제점이 없고 독일의 재정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조건이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다.



주식시장이 조금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잠시 하락은 하겠지만 사는 시장이라고 본다. 복잡한 경제이론이나 잘 맞지도 않는 시황은 다 접어두고 단지 시장을 돈의 흐름만 가지고 생각해보자. 어떤 경제학자의 이론보다 아무리 훌륭한 금융인의 분석보다 정확한 것은 바로 돈의 흐름이다. 돈에 눈이 달렸는지 돈 되는 쪽으로만 움직이는 것 같다.



외국인들은 가격을 사고 기관은 모멘텀을 사고 개인은 꼭지를 산다는 말이 있다. 최근 외국인들이 10영업일 동안 매수를 하는 과정에서 기관들은 거의 안 사고 있다. 주식형 펀드의 주식비중이 91%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시다시피 그때 우리 주가는 완전 바닥이었다. 지금까지 이 시장에 있으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현금비중이 이렇게 많은 꼭지는 본 적이 없다.



또 파생시장에서의 변동성을 보면 무척 낮아져 있다. 승수가 50만 원으로 변경됐다. 예전에는 옵션계약 1포인트당 10만 원이었는데 50만 원으로 변경됐다. 개인들은 보다 외가격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변동성이 커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시장이 상승을 원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시장에서 늘 변동성은 위험으로 대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원자재 등에 돈이 모이고 있다. 원자재 선물의 롱 포지션 계약 수가 지난주 대비 9%나 늘었다. 이것은 시장의 돈들이 적극적으로 위험을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주식은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이다. 만사형통한 상황이라면 오히려 위험해진다. 무엇인가 두려운 구석이 있어야 무럭무럭 잘 크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