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진, “그리스 먹구름은 지나갔지만…흥분할 필요는 없다”

입력 2012-06-18 11:50
[강동진의 주간시황] “그리스 먹구름은 지나갔지만…흥분할 필요는 없다”



“비관론자들은 모든 현상에서 비관적인 것만 나열하지만 낙관론자들은 모든 비관적인 것에서 낙관적인 서광을 찾아낸다”<윈스턴 처칠>



그리스 총선 결과가 예상했던 대로 신민당의 승리로 나타나면서 유럽 위기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



우리 국민들은 그리스의 총선을 놓고 '유로존 탈퇴, 드라크마화의 부활, 시리자의 부각' 등 그리스 문제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고 각각의 상황에 대비했고, 한국은행, 정부관계기관 등이 주말 비상대기 했다는 보도만 보더라도 그리스 문제가 국내 금융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리스 총선 결과가 나오자 마자 언론들은 벌써 바라던 결과이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고 또 다른 문제점의 시작이라면서 이런저런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아마 그리스 문제가 나쁜 방향으로 나타났다면, 그 후속 대책에 대해 시장이나 언론은 더욱 더 민감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이번 유럽문제의 재부각으로 전세계 유동성 기류의 변화가 컸다. 여전히 독일, 미국, 영국, 일본의 국채수익률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다. 통화질서의 소용돌이 속에서 각국의 외환보유고, 금융기관 등 큰 유동성은 안전한 대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품시장의 약세와 상품관련주, 자원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주가가 부진하지만 증권시장과 환시장은 유럽 혼란에 비하면 비교적 안정적이다. 캐리지표도 하단의 지지선 위로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그리스 총선결과를 보고 나서 대응하겠다”, “스페인이 진정되면 증시가 안정적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가시화되고 나면 주가가 오를 것이다” 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세계 증시는 이미 매수신호가 출현한지 2~3주 지났다. 우려하던 악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시장이 한발 앞서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비가 오고 나면 비가 온다고 하고, 비가 그치고 나면 비가 그쳤다고 떠든다. 어쩌면 악재가 대부분 소멸되고 시장 여건이 좋아지면 오히려 그 때야말로 조정에 대비해야 할 지 모른다.



지난 주 지그재그형태의 행보를 보이던 미국 증시가 주말에는 이틀 연속 오르면서 상승폭을 키웠다. 유럽 문제에, 경제지표도 예상보다 부진했는데 왜 주가가 올랐는지 그 이유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 현재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14,200, 2007.12)에 비하여 불과 -10%, 4년만의 최고치였던 지난 5월1일의 13,340포인트 비하면 하락폭이 -4.3% 정도다. 그냥 정상 경제상태에서의 사이클 상의 조정폭 정도이니 사실, 미국증시는 유럽위기나, 대공항보다 더 나쁜 상태와 비교된 것에 비하면 놀라울 것이다.



지난 주 미국 증시의 업종별 동향을 보면 대부분 강세를 보였다. 금융은 유동성 경색기류의 완화 기대감으로 상승폭이 컸고 마이크로소프트 등 IT대표주들은 현재 가장 잘나가는 업종이라고 오름폭이 컸으며 에너지, 소재관련 섹터는 그 동안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고 반등폭이 컸다.



문제는 한국 증시다. 그리스 선거결과가 좋다고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주식을 사러 달려든다기 보다는 파생쪽의 풋-콜 밸런스가 콜방향으로 형성되니면서 주가가 따라서 오르는 격이다. 그리스가 아니어도 세계 증시가 지난 주말에 모두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유일하게 하락한 우리 증시가 불안해서 따라붙는 흐름으로 판단된다.



우리 증시를 내부적으로 보면 코스피 매수신호가 출현한 지 12일째다. 돌풍이 지나간 시장에서 어지럽혀진 종목들을 추스리는 것을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올 들어서 나스닥이 10%이상 급등하는 동안 코스닥이 -6.6%나 폭락한 것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를 너무 자의적으로 분석하면서 우리 스스로를 망가트린 면이 적지 않다. 금융지주, 전자부품·소재·장비, 차부품이 아무래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