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투자 오후증시 1부 - 박문환의 시장돋보기>
동양증권 박문환 > 미국 시장에도 자체적인 호재가 제법 많았다. 특히 경기회복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기존주택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0.1%나 급등했다는 것은 거의 이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획기적인 뉴스였다.
하지만 역시 그리스의 문제가 시장을 다시 압박했다. 미국증시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전 그리스 총리였던 파파데모스가 유로존에서 이미 그리스의 퇴출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그리스 정부도 퇴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후의 주가는 상승폭을 다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S&P는 강보합을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스닥이 조금 더 약했던 이유는 어제 상장 이틀 만에 11%나 빠졌던 페이스북이 오늘도 9%나 약세를 보이면서 전체 기술주 진영을 우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중 미국시장의 장 종료 직전에 주가가 급격히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파파데모스의 발언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의 발언을 자세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그리스의 국민들이 유로존 퇴출 이후의 심각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그리스가 유로존 이탈을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그랬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만약 유로존에서 이탈될 경우 그리스 국민들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는데 그리스 국민들이 그것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하겠다는 의미가 더 크다. 그러니까 그의 발언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지만 악재는 아니었다.
유럽 시장이 다 올랐어도 그리스는 떨어졌다. 그만큼 그리스에 불씨가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네 시장도 거의 그리스 뉴스에만 집중하려는 듯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1월과 2월 유럽계 자금이 가장 많은 매수를 했었고 그리스가 퇴출될 경우 충당금이 필요한 유럽계 기관들이 서둘러 매도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면 그리스 관련 뉴스에 의해 주로 삼성전자와 같이 집중적으로 상승했던 종목들의 주가흐름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당연한 현실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시장에 가장 영향을 주는 뉴스는 그리스 관련 뉴스일 수밖에 없다. 이런 그리스 관련 뉴스에 의해 변동성이 당분간은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EU에서 프로젝트 펀드 발행에 합의했다는 뉴스에 대해 생각해보자. 오늘 밤에 EU 정상회담이 열린다. 프로젝트 펀드라는 것이 주된 논제로 채택될 전망이다. 그런데 독일 측에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독일 정부측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뉴스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프로젝트 펀드만큼은 그것이 유로펀드가 아니라면 함께 고민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
물론 그것이 이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유로본드의 전신이라는 정의가 아니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어쨌든 독일에서 추가적인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담긴 뉴스였다.
독일이 그렇게 반대하는 유로본드는 그리스와 독일 등 유로 17개국이 같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종의 17개국 연대보증 채권이다. 서로 보증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독일은 조달금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리스의 위험을 독일도 같이 떠안아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은 반대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프로젝트 펀드는 무엇일까. 이것은 주로 인프라나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하겠다는 목적을 가진 것이다. 쉽게 말해 아들이 보증을 서달라고 할 때 1000만 원까지만 보증해준다는 것과 연대 보증을 해주겠다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프로젝트 펀드란 일정한 금액만큼만 보증해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채권이라고 보면 된다. 일정한 목표를 가진 채권에만 신용 공여를 하겠다는 점에서 독일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이야기라도 오늘밤에 나와준다면 이것은 호재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밤 EU 회담에는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유로본드와 신 재정정책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올랑드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정작 독일에서는 이에 맞서겠다는 의지마저 굳히고 있기 때문에 오늘밤 EU 정상회담은 호재와 악재가 혼재된 회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