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을 아십니까?
서울시가 2015년까지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133층 건물을 지으려고 했는데요.
올해로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째인데 첫 삽도 못 뜨고 백지화될 위기라고 합니다.
부동산팀 권영훈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먼저,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요. 건립배경은 뭔가요?
<기자>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은 현재 '서울라이트타워'로 부르고 있는데요.
밑그림은 2001년 고건 전 시장때 '서울 디지털미디어시티 기본계획'에서 그려졌습니다.
2002년 이명박 시장이 취임하면서 외자유치 등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는데요.
현재 133층, 640m 빌딩의 틀을 완성한 건 오세훈 전 시장입니다.
2007년 랜드마크 부지를 중심상업용지로 바꿔 초고층 빌딩의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서울시는 2008년 사업시행자로 '서울라이트타워주식회사'를 선정하고, 2009년 기공식을 가졌습니다.
시는 이 자리에서 2015년까지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물의 탄생을 만방에 알렸습니다.
<앵커>
앞서 사업이 백지화 위기라고 하는데, 어떤 이유인가요?
<기자>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경기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 계획단계에선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였지만, 2009년 기공식 이후 사정이 달라졌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 국내 경제 악화가 부동산 장기 침체를 이끌었습니다.
이와 관련 VCR을 함께 보시죠.
<기자 오프닝>
"서울라이트타워 건립부지입니다. 공사 펜스를 쳐놓은채 3년째 공사를 하지 않아 이처럼 잡초들로만 무성합니다"
서울시는 2008년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사업 발주 당시 사업시행자와 3년내 착공이라는 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착공시한 하루 전인 지난달 6일 시와 협의 끝에 겨우 이달 말까지 공사를 연기한 상황입니다.
만일 5월 31일까지 공사를 안할 경우 사업시행자는 하루 1억원씩 시에 배상해야 합니다.
사업자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공사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인터뷰 - 유현주 / 서울라이트타워주식회사 대표>
"133층에 주거비율 용도를 맞출 경우 사업추진이 어렵다. 적자폭이 1조원이상 나올 것으로 외부용역결과 나왔다"
다시말해 원안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사업성이 안나온다는 얘깁니다.
2008년 수주 당시 아파트 분양가를 3.3㎡당 4천만원으로 책정했지만, 현재 상암동 아파트 시세는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서울라이트타워주식회사는 교직원공제회를 비롯해 25곳이 출자했는데, 대우건설 등 건설사 11곳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총 사업비 4조 가운데 절반을 건설투자자들이 지급보증을 섰는데 이미 2곳은 워크아웃 기업으로 경영사정이 녹록치 않습니다.
때문에 토지매입비 상환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착공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겁니다.
사업시행자는 133층 빌딩 1개동을 최대 70층 건물을 포함해 4개 동으로 건립계획 변경이 절실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오피스텔 허용을 비롯해 용도제한을 풀고, 땅값 납부조건을 완화해달라고 시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특혜시비를 우려해 원안 고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 김용남 / 서울시 경제진흥실 투자유치과장>
"사업자 변경계획을 요청했으니까 그 사항이 당초 공모계획에 부합하는 지 검토하고 있다.(기자 : 그럼 서울시의 입장은 원안고수인가요?) 지금까지 그런 입장을 견지해 온 것은 맞다"
서울시와 사업시행자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 사업은 백지화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사업 정상화 방안은 없는 건가요?
<기자>
결론적으로 서울시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지 사업자를 재공모하는 방향이 유력해 보이는데요.
이렇게 될 경우, 서울시는 물론 다른 공기관이 지원한 PF사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기존 사업자가 사용한 사업비를 누가 책임질 지 논란이 커질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 VCR을 함께 보시죠.
지난달 30일 서울시의회가 '상암 DMC 랜드마크 133층을 고수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답보 상태인 서울라이트타워 사업의 정상화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현 사업시행자와 계약을 해지하고, 사업타당성을 따져본 뒤 신규사업자를 다시 뽑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인터뷰 - 변창흠 / 세종대 교수>
"70층 규모의 오피스빌딩과 아파트, 호텔을 짓는 사업으로 변경된거니까 새로운 사업이 되는 것. 공모절차를 밟고 진행되는 기존 사업추진은 어려움. 결국 새로운 절차로 추진해야 된다"
서울시는 사업시행자가 요구한 사업계획 변경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최근 양재동 파이시티 사태로 용도변경 특혜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와 공기관이 PF사업의 사업계획 변경시 지원한 사례가 적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과 마찬가지로 건축물 높이는 줄이고, 주거비율은 상향조정됐습니다.
또, 은평뉴타운과 광교에콘힐사업은 토지비 납부조건을 완화해 준 사례입니다.
서울시가 재공모를 실시할 경우, 기존 사업자가 쓴 사업비를 누가 책임질 지도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기자 브릿지>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전임 시장들의 전시성 개발사업들은 올스톱됐습니다. 유독 서울라이트타워 개발사업만 남아 있는데 박 시장의 신속한 결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달 안으로 서울시와 사업자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서울의 랜드마크 빌딩은 '헛된 공약'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터뷰 - 강희용 / 서울시의회 시의원>
"상암DMC 랜드마크 부분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깊게 고민해보지 않을 것 같다. 서울시가 내세운 공약을 단지 계약조건, 경기변화에 의해 취소한다는 건 서울시민에게 합당한 도리가 아니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랜드마크 건립계획을 믿고 상암 DMC에 입주하는 언론사나 기업들은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이 되는 셈입니다.
<앵커>
상암 랜드마크 빌딩 사업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