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선데이’ 이후 유럽위기…글로벌 증시 앞날은?

입력 2012-05-07 09:05
수정 2012-05-07 09:05
◈ ‘슈퍼 선데이’ 이후 유럽위기…글로벌 증시 앞날은?



20세기초 옛 유럽의 영광을 되찾고자 자유사상가에 의해 구상된 ‘하나의 유럽’이라는 원대한 꿈이 발생한지 2년이 되는 시점에서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유럽위기가 발생한 이후 최후 보루역할을 담당해 왔던 독일과 프랑스가 ‘슈퍼 선데이’ 이후 균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 현안으로 가장 오래 끌고 있는 유럽위기는 특정 회원국의 재정문제에서 비롯됐으나 이제는 은행 혹은 금융위기로 그 성격이 악화됐다. 전염지역도 더 이상 유로랜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위기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위기가 조속한 시일안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5월 6일 동시에 치러진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을 계기로 위기극복 주체나 해결방안에 있어서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위기극복 주체가 교체되는 것으로 지금까지는 개별 회원국의 재정위기였던 만큼 통합에 따른 이점이 많았던 프랑스와 독일이 위기극복의 책임을 맡아 왔다.



하지만 유럽위기가 은행 혹은 금융위기로 비화된 상황에서는 주무부서인 유럽중앙은행(ECB)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마리오 무라기 신임 총재가 취임 직후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하고 두 차례에 걸쳐 우리 돈으로 약 1400조원에 해당하는 장기대출프로그램(LTRO)도 추진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위기의 범위가 글로벌 성격을 띠는 만큼 국제금융시장 안정의 책임을 맡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도 IMF 총재는 취임 이후 브릭스(BRICs) 국가 등을 대상으로 재원확충에 나서왔다. 올해 IMF 재원도 유럽위기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변경했고 4월에 열렸던 춘계총회에서 안정기금도 대폭 확대했다.



앞으로 ECB, IMF가 유럽위기 극복에 나선다면 다양한 해결책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 최근 불거진 스페인과 네덜란드 사태만 하더라도 ECB가 위기국의 국채를 매입하거나 지급보증 방안과 IMF도 자본부족국에게 지급하는 예비 신용공여도 가능해져 종전보다 다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위기발생국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바로 정치적 포퓰리즘의 상징이었던 지도자들이 속속 물러나는 대신 ECB, IMF에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 그 자리를 속속 차지하고 있다. 이미 나타나고 있지만 이들 지도자들은 ECB, IMF가 제시한 해결책을 신속하게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그리스 사태 이후 계속해서 문제가 돼온 도덕적 해이와 이에 따른 정책실기(失機)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는 ‘신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국민소득대비 200%가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채를 갖고 있는 일본이 ‘국가부도(default)’ 우려에 시달리지 않는 것은 95%의 국채를 갖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ECB, IMF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위기발생국의 지도자가 교체된다면 막혔던 ‘신용선(credit line)'이 재개되면서 악화만 되던 유럽위기가 극복단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발생한지 2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하더라도 유럽위기가 완전히 해결되기까지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 안정차원에서 자본편중국인 중국을 비롯한 BRICs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위기극복에 모두가 동참하는 ’프로 보노 퍼블릭코(pro bono publico)'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도 재정통합 결여 등 통합이 갖고 있는 내부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 회원국들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단일환율 적용으로 갈수록 심화돼 왔던 역내 회원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제다. 이론상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 대외불균형이 발생했을 때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함으로써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유로 랜드는 환율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회원국의 대외불균형이 가격변수의 경고를 받을 수 없어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original sin)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 통화정책과 개별 회원국별 재정정책 간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상호 밀접한 관계에 있어 정책운용의 조화(policy mix)가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EMU는 단일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 등으로 단일 재정정책을 수행하는 재정통합은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재정통합이 어려운 EMU의 입장에서 반드시 준수해야 할 핵심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한 회원국들에 대한 제재수위가 미온적 조치에 그친 관용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위반에 대한 최종 벌칙은 벌금부과이며 그 마저도 실행에 옮긴 사례가 전무하다. 이처럼 제재조치가 강력하지 못한 것은 ?제재를 결의하는 주체가 자신들도 언젠가는 제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 다른 회원국을 강하게 제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회원국 국가부도 등 EMU 체제를 동요시킬만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대책(contingency plan)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유럽재정위기 사태에서 확인됐듯이 비상대책 부재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EMU 체제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주된 요인이다.



이밖에 EU 회원국 확대의 실익 논쟁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강력한 유럽’을 만든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회원국을 확대하고 경제체질이 허약한 국가들도 유로지역에 포함시키는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2001년 EMU 가입당시 그리스는 조세기반이 되지 않는 불법고용, 매춘 등 지하경제를 GDP에 포함시킨 데다 재정적자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한 것이 유럽재정위기를 낳게 한 주범이다.



이런 근본적인 과제를 풀어가는 모습과 정도에 따라 향후 유럽재정위기는 ①현 체제 유지(muddling through) ②유럽통합 및 유로화 강화(bonds of solidarity) ③유럽통합과 유로화 동시 붕괴(the collapse) ④유럽통합 질서회복(resurgence) 등의 네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현 체제 유지'는 유럽통합에 대한 회의론 확산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변화없이 중장기적으로 위기관리체제를 강화하면서 미비점을 보완하는 선에 그치는 시나리오다. '유럽통합 및 유로화 강화'는 유럽재정위기로 붕괴조짐을 보이는 유럽통합을 강화하기 위해 유로본드(E-bond) 도입, 재정동맹 보완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시나리오다.



반면 '유럽통합과 유로화 동시 붕괴'는 유럽재정위기 회원국들이 독자통화 도입을 위해 혹은 국내외 정치적 압력에 의해 유로통합을 탈퇴하고 잇달아 경제규모가 큰 회원국이 탈퇴하는 시나리오다. 가장 현실성이 높은 ‘질서회복'는 특별한 조치없이 주변국의 경쟁력 회복과 재정개선 등으로 역내 회원국간 불균형이 상당부분 해소되면서 유럽통합이 재정위기 이전 상황을 회복하는 시나리오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길이다.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유럽위기는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최대 현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증시 앞날도 이 문제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