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아이들에게 봄은 성장의 계절이다. 봄을 시샘하는 마지막 추위로 아직 날씨는 쌀쌀하지만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봄기운 때문에 만물의 기운이 살아나고 있고 겨우내 잃어버렸던 입맛도 돌아오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유 없이 식사를 거부하고 음식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키 성장도 부진해지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 유미씨는 요즘 초6 아들 김지석(가명)군 걱정으로 밤잠을 못 이룬다. 지석군에게 밥 한 그릇 다 먹이는 것이 전쟁과 같다. 혼내고 억지로 먹이면 화장실에 가서 토해버리니 그러지도 못한다. 외식을 하면 입맛에 맞는 음식만 먹고, 조금 과하다 싶으면 이내 설사를 하고, 우유만 먹으면 배탈이 나서 화장실로 가버리니 아예 먹기를 거부하고 있다. 항상 짜증을 부리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키142㎝로 또래보다 많이 작고 몸무게도 34㎏으로 말랐다.
지석군 같이 키가 작은 아이들은 성장호르몬은 정상 범위이면서 특별한 질병 없이 키만 덜 크는 경우가 흔하다. 그 중에서 식욕부진이나 과민성 설사와 같은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가 가장 많다.
● 밥 안 먹는 아이…스트레스 늘어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속에서 코르티솔(cortisol)이란 호르몬이 나온다. 코르티솔은 식량을 구하지 못해 굶어 죽을 위기에 놓인 수렵기 원시 인류가 온몸을 ‘전시 체제’로 자동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분비된 것으로 알려진 호르몬이다.
스트레스는 영양 상태와 관계가 깊다. 활동량에 비해 영양 상태가 부족할 경우, 우리 몸은 어김없이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특히 일조량이 늘어나는 이맘때는 활동량과 신진대사활동이 증가해 단백질?비타민 소모량이 최대 5배까지 많아진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려면 영양분 보충이 필수다.
● 잘 먹는 아이가 키도 잘 커
성장전문 클리닉 하이키한의원에서 성장장애 초진환자 1931명(남781.여1150)을 조사한 결과 식욕부진 소화불량 만성설사와 같은 소화기허약증을 동반한 아이가 621명(32.2%)으로 가장 많았다.
식욕부진으로 허약해진 아이들은 단백질이 부족하고 무기질도 미달인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성장판 검사와 성장호르몬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전형적인 영양실조 상태의 성장장애가 나타난다.
한방에서는 비위허약(脾胃虛弱)과 대장허한증(大腸虛寒證)으로 판단을 한다. 소화기 계통의 장기들이 허약해서 입맛이 없고 먹으려고 해도 속에서 받아주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각종 영양제를 먹는다고 해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특히 우유는 더욱 그러하다.
하이키한의원 박승만 대표원장은 “비위를 튼튼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한약 처방인 건중탕을 위주로 하는 성장치료 처방이 효과적이다. 1개월 정도 지나면 점차 먹는 양도 늘고, 우유를 먹어도 설사를 하는 것이 없어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소화를 담당하는 내부 장기들이 허약하면 음식을 먹기도 힘들고 흡수도 잘 안되어서 몸은 영양이 부족한 상태로 되고 성장호르몬의 분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 키를 더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원인 질환을 동시에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