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정치권이 쏟아내고 있는 대기업 관련 정책들을 살펴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포퓰리즘 일색인데요. 정치권이 연일 떠들어대고 있는 이른바 ‘재벌개혁’은 한국 경제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병연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대기업들은 신자유주의의 파고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면서 빠르게 성장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빈부 격차,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적기에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몰락하면서 전체 산업이 노후화되는 문제점을 낳기도 했습니다.
최근 정치권이 부르짖고 있는 ‘재벌 개혁’ 구호는 이 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와 재벌 체제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정당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선거를 의식해 대안 없는 비판만 앞세우다보니 실행 가능한 정책보다는 당장 눈길을 끌 수 있는 정책을 홍보하기에만 급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총선 이후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이라든가 순환출자 금지라든가 하는 제도들이 도입될 경우 투자나 고용 등의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를 중심으로 이런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는 어렵다고 불 수 있습니다.”
대체 모델이 마련되지 않는 한 어느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기존 체제가 상당기간 존속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대기업 오나 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의 책임은 줄이고 권한은 강화하는 내용으로 상법을 개정한 것만 봐도 한국 경제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떨어지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출총제 부활이나 순환출자 금지 같은 단편적인 규제 정책이 총선 이후 실행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믿는 대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전화인터뷰> 대기업 고위 관계자
“총선을 앞두고 일부 정치권에서 무리하게 실현가능성이 없는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반기업 정서가 상당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총선 이후에도 이런 반기업 정서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의 추진 동력도 상당부분 약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알맹이가 빠진 이익공유제(협력이익배분제) 관철을 위해 거래관행 개선 같은 중소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운을 줄 수 있는 제도 도입은 대부분 포기한 채, 중도 하차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시스템 개선이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같은 시대적 과제가 선거를 의식한 일부 정치인들의 노리개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WOW-TV NEWS 박병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