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공룡 KT와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한판 붙었다.
수차례 으름장을 놓던 KT는 오늘 오전 9시 결국 삼성 스마트 TV 인터넷을 차단했다.
삼성전자는 KT의 스마트TV 인터넷망 접속 차단에 대해 가처분 소송을 포함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통신업계의 공룡과 가전업계의 공룡이 맞붙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 "스마트 TV가 뭐길래?"
스마트TV란 쉽게 말하면 인터넷이 연결된 텔레비젼이다.
시청자들은 연결된 선을 통해 PC처럼 검색도 가능하고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번 스마트TV 접속제한 사태는 스마트TV가 인터넷 망을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켰고 고객들의 피해가 너무 크다는 것이 KT측의 주장이다.
현행 망 제공업체들의 약관을 보면 추가단말 범위는 PC로 한정하고 있다.
TV는 PC가 아니기에 요금부과 대상도 아니고 서비스 제공 대상도 아니다.
다시말해 KT가 TV로 연결된 인터넷선을 끊는다해도 시청자들은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KT는 "스마트TV가 통신망에 심각한 부하를 초래한다"며 "스마트TV 제조사가 정당한 초고속인터넷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접속제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이미 여러차례 강조했다.
◇ "총대를 맨 KT, 조용한 LG·SK"
하지만 이통사 가운데 유일하게 KT만 스마트TV의 인터넷 연결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삼성전자 TV에 대해서만 차단 조치를 단행했다.
SK브로드밴드, LG U+ 등 다른 통신사업자는 차단에 동참할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KT가 먼저 삼성전자에 선공을 날린 것이다.
KT가 이렇게 총대를 멘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밥그릇 지키기라는 시각도 있다.
스마트폰에서 태블릿PC로 이어지는 모바일 부문에 이어 떠오르는 유선시장에서 화두는 스마트TV다.
애플도 차기 먹거리를 애플TV로 두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각자의 이름을 걸고 TV와의 연계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다.
KT는 3대 통신사업자 중 유일하게 태블릿 PC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클라우드PC에 대해 국내 업체 중 가장 앞서 있다.
◇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이미 기회를 놓친 무선시장을 차치하더라도 유선시장에서 만큼은 빼앗기지 않으려는 국내 업체들간의 싸움은 득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라 합력해 세계시장을 어떻게 선점하느냐 중요한 시기"라며 "세계의 다른 경쟁사는 시장을 만들어가는데 우리만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실제로 해외 다른 업체들은 전자업체와 통신업체, 인터넷 업체간의 협력을 통해 파이를 키워가는 모습이다.
이미 TV부문에서 경쟁에서 뒤쳐진 일본 소니도 2010년 구글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소니구글TV'를 선보였다.
미국에서는 통신사인 버라이존이 '티비 에브리웨어'를 통해 동영상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AT&T는 크로스플랫폼 업체를 2009년 인수하고 모바일-TV연계 사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무선시장에서 애플에게 빼앗긴 선두를 유선시장에서 되찾고 싶어할 것이다.
매출면에서는 애플과 경쟁이 되지 않지만 이익률만 놓고 보면 애플의 1/3에도 못미친다.
스마트TV에만 볼 수 있는 신선한 콘텐츠 하나 없이 인터넷 요금이 스마트TV에 추가로 부과된다면 소비자들은 스마트TV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시장을 죽이는 형국이다.
업계관계자는 "스마트TV 시장이 모바일시장 이상으로 성장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스마트 TV가 보면화 된다면 고화질 스트리밍서비스를 위해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서버를 더욱 증설해야할 것이며 이 분야에서 KT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TV 판매에 집중하고 KT는 스마트TV 보편화 이후 e-클라우딩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방향이 윈-윈전략이라는 의미다.
◇ "★천지, 스마트TV 앱 시장을 잡아라"
향후 시장의 흐름이 인터넷이 연결된 TV, 즉 스마트 TV로 갈 수 밖에 없다면 TV를 통해 돈을 내고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기보다는 스마트TV 스트리밍서비스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KT경제경영연구원의 송민정 연구원은 "기존의 유료방송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실시간 방송과 시청 경험상 차별성이 없다. 하지만 규제에서 실시간 방송은 허가제 적용을 받지만, 웹 스트리밍 시장은 부가서비스 신고로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뿐 아니라 방송플랫폼 회사 입장에서도 규제가 약한 웹 스트리밍 시장을 선호하게 될 것이며 이는 스마트TV의 컨텐츠 시장에서 진검승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경제TV 최성철 시스템개발팀장은 "한국경제미디어그룹은 그룹차원에서 스마트TV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며 "스마트TV 어플리케이션이 당장 수익으로 돌아오진 않지만 트랜드를 놓치면 시청자가 외면할 것이고 시기를 놓치면 경쟁사에 뒤쳐질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TV의 스마트TV 어플리케이션은 삼성전자가 선정한 '최고의 스마트TV 앱 베스트 10'에 선정됐다. 언론사로서는 유일하다.
삼성전자가 선정한 앱은 한국경제TV 앱뿐 아니라 CJ헬로비젼의 TVING, 삼성전자의 3D익스플로어, 스카이프, 소셜TV, 스마트팁(NAVER) 등이 포함됐다.
최 팀장은 "TV와 웹, 그리고 스마트TV의 컨텐츠는 달라야 한다"며 "원소스 멀티유즈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수요자가 찾는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TV는 스마트TV에 증시·경제 정보용 앱이 없다는 것을 미리 간파하고 빠르게 치고 나갔다. 삼성뿐 아니라 LG전자의 스마트TV에도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
이 앱은 기본적인 증시 상황뿐 아니라 개별 종목의 정보와 뉴스 등 다양한 정보를 모아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 것이 다른 언론사들의 앱과의 차별화 지점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TV는 한국경제TV 앱을 첫 구동화면과 콘텐츠 마켓 '삼성 앱스' 최상단에 노출시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여러가지 앱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지만 한국경제TV의 경우 기존 언론사들이 기본 정보만 확인할 수 있는 단순기능에 머물고 있는 반면 티커앱, 토론방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이용자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스마트TV의 플랫폼이 기존TV와 PC와는 다르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맞춤형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수용한다는 의미다.
한경TV 앱을 기획한 이동희 차장은 "TV시청과 동시에 증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TV화면 하단에 별도 띠 형태로 정보를 표시해주는‘티커 앱'에 대하여 드라마를 보면서도 시황과 뉴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며 "단순히 한국경제TV 채널로 수용자를 끌고 오기보다는 수용자에게 다가가는 쪽으로 시각을 바꾸니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