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창 W] 기로에 선 도시형생활주택

입력 2012-01-25 17:00
<앵커>



정부는 늘어나고 있는 1~2인 가구의 주거 수요에 대응하고 서민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3년전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새로운 주거 형태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도시형 생활주택이 건축업자와 임대업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도입 취지가 크게 퇴색하고 있습니다.



김택균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도시형 생활주택입니다.



4~6평 남짓한 이 주택 하나를 분양받으려면 평균 1억 6,500만원이 필요합니다.



분양가가 적정한 수준인지를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문의해 봤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손바닥만한 대지지분에 비해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A 공인중개사



"분양가 대비 수익률을 봤을 때 분양가가 쎄다 싶은 거죠. 지분 평수로 계산하면 1억 초반대로 계산되는데 1억5천~1억6천만원 그렇게 받는다면 어떻게든 분양 대행업체들이 1천만원씩은 건당 받을거란 말예요. 그외에 일반 수수료를 받는걸 감안하면 분양가 책정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높은 가격 탓인지 분양 중인 22가구 가운데 20% 가량인 5가구는 아직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주택 중 분양가가 제일 비싼 10곳 가운데 4곳은 이 건물처럼 도시형 생활주택이었습니다.



특히 서울 용산구의 한 도시형 생활주택은 전용면적 6평형의 가격이 2억 5,325만원으로 수도권 중소형 아파트와 맞먹습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늘고 있는 1~2인 가구 등 서민주거 안정과 임대시장 활성화를 위해 2009년 5월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도입 3년이 채 되기도 전에 여러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입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조사 결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경기도의 경우 오피스텔 보다 700만원 가량 비쌌고 서울에서는 300만원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수익형 부동산이라는 투자상품 측면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도시형 생활주택 가격에 거품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B 공인중개사



"이름을 새로 지었잖아요. 없던 이름이 새로 생긴거 잖아요. 이걸 파는 사람들이 뭔가 마치 정말 엄청나게 새로 생긴 것처럼 소매에 넘길 때 너무 부풀려졌다는 거죠. 달라진건 용적률 조금 늘어난거 밖에 없는데 용적율은 이 만큼 늘었는데 가격을 이 만큼 부풀렸다는 거죠."



정부가 전세난 해결책으로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 확대를 유도하면서 업체들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도 고분양가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업체간 경쟁이 심하다 보니 부지를 비싼 가격에 사들일 수밖에 없고 이것이 분양가에 반영되는 겁니다.



이같은 분양가 강세 현상에 대해선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업자 조차도 우려를 나타냅니다.



<인터뷰>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이사



"도시형 생활주택이란 건 1~2인 가구를 위한 서민 주택입니다. 근데 그게 고분양가로 인해서 1~2인 가구가 비싼돈을 주고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저는 그건 아주 잘못된 출발이라고 보고요. 그게 분양 상품이라고 인식해서 출발해서 그렇고요. 그렇잖아요. 비싼 땅을 주고 샀어요. 수익률이 있어야 분양이 될거 아닙니까? 피분양자가 일정 부분 최근 수익률이 많이 낮아졌지만 최소한 6~7% 정도는 수익률이 만들어져야 공급이 될거 아녜요. 그렇다보니까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전부 다 소비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킨 거예요. 그래서 고분양가가 된 거고요."



여기에 대기업까지 가세해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SK그룹은 지난해 3월 계열사인 SK D&D를 통해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애경과 현대, 롯데그룹도 계열사를 통해 시장에 가세했습니다.



이같은 대기업의 진출은 영세한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업체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승연 공인중개사



"뭐든지 삼성아파트, 브랜드와 브랜드 아닌거는 당연히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금액적인 차이나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미분양이 일어나죠, 개인업자들은요. 요런 다세대 같은 경우는 개인 분양을 처음에는 시도했다가 요즘 완전 포기했어요. 왜냐면 대기업이 1억2천~3천만원대에 분양하는데 2~3천만원 싸게 한다고 이걸 사지 않거든요. 2~3천만원 비싸도 대기업 것을 사죠. 거의 이제는 통매매, 수익형 부동산으로 통매매해서 기존의 개인 업자들은 개별 분양을 포기하는게 돼버렸죠."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이 1인만 거주할 수 있는 원룸형에 치우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지난해 1~11월까지 인허가를 받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총 7만여 가구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86%가 1인 가구만 거주할 수 있는 원룸형으로 지어졌습니다.



건설업체들이 이처럼 원룸형 공급을 선호하는 이유는 수익성이 제일 좋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합수 국민은행 PB부동산팀장



"지금 도시형 생활주택이 원룸 위주로 대부분 지어지고 있는 이유는 원룸으로 소규모로 평형을 만들 경우에 거기서 나오는 월세가 투룸이라든가 이런 위주의 월세에서 나오는 수익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원룸 형태로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수익형 부동산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더 좋은 패턴으로 그런 형태로 디자인돼서 건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 원룸 위주의 개발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고 보입니다. "



원룸형은 고밀도의 주거 공간을 양산해 주차난 등 생활 불편은 물론이고 도시의 슬럼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원룸형의 경우 3~4인 가구 위주의 전세난 해소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도시형 생활주택은 1~2인 가구 증가에 따라서 소형 주택의 양적 공급을 확대하는데는 크게 기여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전세난은 사실은 1~2인 보다는 3~4인 가구 혹은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젊은층의 전세난이라고 봤을 때 이런 도시형생활주택이 대부분 원룸으로 지어지고 있어서 이런 쪽의 전세난을 충당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하겠습니다."



최근 이같은 지적이 많아지자 정부는 3~4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인터뷰> 김희수 국토해양부 주택공급과장



"저희들이 1~2인 가구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선 3~4인 또는 2~3인 가구 등이 살 수 있는 규모의 주택을 지원할 필요가 있는데 지금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다소 규모가 큰 도시형 생활주택 부분에 대해서 규모의 주택을 지원하기 위해서 현재 일률적으로 지원되고 있는 기금 규모를 주택의 규모에 맞게 차등적으로 해서 가족 단위 주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원을 늘린다든지 지금 도시형 생활주택에 미흡하다고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라든지 그런 부분들도 좀 도입할 수 있도록 부분들을 좀 유도해나갈 수 있는 노력들도 좀 병행해서 추진할 생각입니다."



아파트가 유망 투자상품으로 각광받던 시절, 모든 돈은 아파트로 몰렸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아파트로 돈을 벌 수 없게 되자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전국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있습니다.



전월세난 해결책으로 정부가 앞장서 공급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



하지만 서민주거 안정 취지와는 달리 투자상품 측면만 부각되면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도시형 생활주택이 아파트의 전철을 밟지 않게 중장기 정책을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WOW-TV NEWS 김택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