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일은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이 직접 투자를 할 수 있게 된 지 20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 20년간 외국인 자본이 우리시장에 유입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요.
문제점은 없는지 지수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92년 1월 3일,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처음 직접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만 가능했지만 세계화 물결과 해외자금 필요성이 더해지면서 10%한도 내에서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허용된 것입니다.
이후 8차례에 걸쳐 투자허용범위가 점차 늘어났고, IMF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에 전면 개방됐습니다.
이 때문에 개방 초기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5%만 차지하던 외국인 자금은 2004년 42%로 정점을 찍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2%를 차지하는 등 영향력도 커졌습니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우리 시장에 들어오면서 블루칩과 같은 신 용어가 생기는 등 투자기법이 선진화 됐다는 평가입니다.
<인터뷰> 안춘엽 한국거래소 부장
"92년 개방초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로 인해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 이전에는 시장이나 업종별 기술적 분석이 주를 이뤘지만 그 이후 개별종목의 수익성, 성장성을 대표하는 PER나 PBR, 자기자본 이익율을 중시하는 패턴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외국인 자본은 기업과 투자자 등 경제 주체 모두를 발전시키기도 했습니다.
92년 73조원이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지난해말 기준 1148조원으로 15배 이상 증가했고, 거래대금도 90조원에서 1702조원으로 19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인터뷰> 정현철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외국자본 유입은)자본을 조달하는데 있어서 자본비용을 감소시킬테고 이는 결국 기업의 수익성을 증대시키는 측면이 있을 겁입니다.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자산들의 가격을 상승시킴으로써 자본이득을 일으킬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위기 때마다 자금을 빼내가며 우리 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것은 증시개방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입니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코스피가 300선대로 반토막났고,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사태 때도 38조원 가까이 빠지면서 우리시장이 크게 침체됐던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유럽재정위기로 외국인 자금이 들고나면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핫머니와 국부유출 역시 끊임없는 논란거리 입니다.
<인터뷰> 강병호 한국지배구조원 원장 (당시 금감원 부원장)
"(98년에)자국기업을 외국자본으로 부터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 한도를 뒀지만 전부 풀어버렸습니다. 100% 풀어버린거죠. 다시말해서 적대적 M&A를 허용한거에요."
2004년 SK그룹이 거대자본 소버린에 경영권을 위협당했고, 론스타가 4조원 가까이 매각차익을 챙겨 한국을 떠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단기 자금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외화건전성부담금제도가 도입됐고, 국내 기관의 주식투자 비중을 높이거나 장기투자펀드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이 논의 되고 있습니다.
또,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의 자본 편중이 심화된 만큼 자금 원천을 넓히는 등 시장 안정 노력이 필요합니다.
<스탠딩> 지수희 기자
지난시간 배우고, 따라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온 우리 증시.
이제 개방 20년 성인이 된만큼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단점은 최소화 시키려는 성숙한 단계가 필요한 때 입니다.
WOW-TV NEWS 지수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