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경제해설(12) ..경제는 심리다!
신문의 경제면을 보면 분석기사나 시장상황을 전하는 기사에서 물가상승 기대심리, 소비심리, 투자심리 등 심리란 단어가 흔히 등장한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는 소비자동향조사나 기업경기실사지수 등을 통해 가계나 기업을 대상으로 심리지표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대통령도 지난 10월 라디오 인터넷 연설에서 “경제는 심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심리를 강조한 것은 그만큼 심리가 경제에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모든 경제행위는 심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대개 의사결정을 내릴 때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 미래에 대한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미래 상황을 아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심리적 요인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기대심리가 의사결정 및 경제현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부른다. 대다수 시장 참가자들이 미래를 예상하여 그에 맞추어 행동하게 되면 예상한 결과가 실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기대하면 결국 실현되고 마는 피그말리온 효과와 유사한 개념이다.
실제 경제활동에서 심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몇 가지 사례를 보기로 하자. 우선 비근한 예로 집을 사려고 할 때를 생각해보자. 집을 사기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부동산시장에서 형성된 구매심리일 것이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집을 구매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고 그 결과로서 집값은 오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일부는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하기 때문이다. 집값상승 기대심리가 만연할 때 집값은 상승하고 그렇지 않을 때 집값은 하락하게 되는 이러한 현상은 집값의 등락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기대심리의 역할이 중요함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최근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한 예금인출(bank run) 사태도 심리에 의해 크게 영향 받는 사례라 하겠다.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은행이더라도 제한된 혹은 잘못된 정보로 인하여 일부 예금자들은 예금을 일단 찾고 보자는 심리가 앞설 수 있다. 그런 예금자가 일시에 몰리면 다른 예금자들조차도 자신의 예금 걱정에 예금을 인출하기 위하여 줄을 서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도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역시 기대심리가 현실로 실현되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개인의 경제 활동 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정책에서도 기대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은 1960~70년대에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였다. 당시 미국에서는 물가보다는 경제성장에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었다. 이로 인하여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면서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펼쳤는데 이는 물가상승 기대심리를 자극하여 임금근로자들로 하여금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게 만들었다. 결국 1960~70년대 미국은 물가상승 기대심리, 임금 상승, 물가상승의 악순환으로 인하여 높은 물가상승률을 경험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사례 또한 물가상승률을 설명함에 있어 기대심리가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
지난 8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향후 2년간 미국은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어느 나라 중앙은행이든지 미래의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일은 없다. 이런 중앙은행의 불문율을 깨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 미국의 중앙은행 수장이 공개적인 약속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면에는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잡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는 것이다. 앞으로 적어도 2년 동안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 투자와 소비 심리를 자극하겠다는 정책의지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당시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하여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 위축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산됨에 따라 소비 및 투자가 줄어 경기가 위축될 수 있었기 때문에 소비 및 투자를 자극할 정책 수단이 필요했던 것이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이 개개인의 경제활동, 경제현상 및 경제정책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기대심리는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미국 금융위기에 더하여 유럽재정위기가 발발함으로써 세계 경제 뿐만 아니라 국내 경기도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록 경기 위축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적어도 심리적 측면에서 위축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그렇지 않을 경우에 비해 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김인수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