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은행의 예금회전율이 4년여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불안 여파로 국내외 주가가 요동치자 투자자들이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은행에 돈을 묶어두었기 때문이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은행의 예금회전율은 월평균 4.1회를 기록했다. 2007년 2분기 3.7회 이후 4년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예금회전율은 은행의 예금지급액을 예금 평잔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회전율이 높으면 소비나 투자 등을 위해 예금 인출이 빈번했다는 뜻이고 낮으면 은행에 돈을 묶어뒀다는 의미다.
회전율은 지난해 4분기 월평균 4.5회에서 올해 1분기 4.3회, 2분기 4.2회, 3분기 4.1회로 3분기 연속 하락했다.
회전율 하락은 기업이나 개인이 자금을 잠시 예치해 두는 수단인 요구불예금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3분기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월평균 33.7회로 지난해 1분기 33.0회 이후 1년 6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이중 당좌예금 570.9회로 전분기 686.3회보다 16.8% 급감했고, 보통예금과 별단예금도 18.9회에서 18.7회, 6.2회에서 5.3회로 떨어졌다. 가계종합예금만 3회에서 3.1회로 소폭 올랐다.
저축성예금은 월평균 1.2회로 올해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예금회전이 얼어붙은 것은 선진국발(發) 재정위기 속에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심화해 투자자금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 7월 평균 2,150.06에서 8월 1,869.61로 13.1% 폭락했고 9월에는 1,790.95로 4.2%가 더 빠졌다.
대기성 자금이 은행으로 모여 같은 기간 요구불예금 수신은 평균 잔액 기준 지난 2분기 84조1천196억원에서 3분기 84조5천425억원으로 늘어났다.
한국경제연구원 안순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세계경기가 둔화한 탓에 부동산, 주식 등 실물부문의 투자수요가 줄어 돈이 도는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 위원은 "특히 입출금리 자유로운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거래가 위축돼 자금이 투자처를 못 찾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비슷한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