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란 무엇인가?"

입력 2011-11-15 14:04
양적완화란?



유럽재정위기가 확산·심화되면서 세계경기가 다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이 제3차 양적완화정책(QE3)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정책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지가 현재 주요 관심 사항중의 하나이다.



양적완화는 정책금리가 하한(0%)에 도달하여 더 이상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사용되는 이례적인 통화정책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례적인 정책수단이 동원되어야 하는 것은 정상적인 정책수단 즉 금리정책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고 그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았고 소비와 투자가 기대만큼 활발하지 않은 가운데 고용사정 개선도 지연되는 상황에서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함으로써 현재 미국 경제는 경기회복세가 꺾일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양적완화정책은 은행이나 민간이 보유한 국채 등 채권을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과정을 통해 실시된다. 이 결과 채권가격이 상승하면서 장기이자율이 하락하게 된다. 은행이나 민간은 채권을 중앙은행에 매각한 대금으로 대출을 늘리거나 보다 수익이 높은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경제활동이 살아날 수 있다. 경제활동이 활기를 되찾게 됨으로써 경제의 전반적인 신뢰(confidence)도 상승하게 되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등 경제의 순환구조가 복원될 수 있다. 양적완화는 이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실시되는 정책이다.



사실 그동안 미국은 두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를 시행하였다. 첫 번째는 전통적인 통화정책 여력이 소진된 2008년 11월에 실시되었다. 2007년 8월 미국 금융위기가 가시화되고 난 이후 미 연준은 정책금리를 여러 차례 인하하여 2008년 12월에는 사실상 제로금리인 0∼0.25%까지 인하하였다. 이 상황에서도 금융시장 경색이 지속되고 실물경제활동이 극도로 침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금융위기 대응책의 일환으로 양적완화정책이 추진되었다. 두 번째 양적완화정책(QE2)은 2010년 8월에 실시되었다. 이는 그동안의 정책대응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속도가 여전히 더딘 데 따른 대응조치였다.



최근에도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될 기미를 보이자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QE3를 사용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영란은행과 일본은행은 2011년 10월 양적완화 규모를 각각 750억파운드와 5조엔 증액하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실제로 QE3가 도입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하겠다. 그 이유는 양적완화정책을 통해 경기회복세를 유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고 물가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실시된 두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정책 중 첫 번째 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경색됨에 따라 실물경기가 침체될 위험도 덩달아 매우 높아졌었던 2008∼9년의 상황에서 실시한 양적완화정책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완화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두 번째 시행된 양적완화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아직까지 글로벌 경기가 침체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양적완화정책이 추가로 실시되더라도 기대대로 효과가 나타날지 판단하기 어렵다 하겠다. 사실 양적완화는 2001년 3월 일본은행이 처음 도입하였으나 일본의 경기는 그 후로도 침체국면을 지속하였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통화정책의 효과를 제약하고 있어 양적완화정책의 효과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하겠다.



만약 미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정책이 효력을 발휘한다면 주요국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로 돌아서고 세계경제도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다. 반대로 그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세계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세계경제의 안정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선진 각국 중앙은행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글. 김병기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