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착한 아저씨가 사탕 뺏은 격이다"

입력 2011-11-03 15:19
수정 2011-11-03 15:21
<성공투자 오후증시- 박문환의 증시퍼즐>



앵커 > 그리스의 국민투표 이야기가 온통 증권시장 세계를 흔들고 있다. 먼저 진행상황 어떻게 보는가?



동양종금증권 박문환 > 정말 유로존에서도 고작 GDP 기준으로 2%에 불과한 그리스가 세계시장을 들었다놨다 하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유로존의 생명줄이 모두 하나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리스가 지금 당장 무질서한 디폴트에 빠질 경우에 유로존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 전체를 흔들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오늘 새벽에 프랑스와 독일의 정상을 비롯한 유로존의 정치 경제의 지도자들이 우르르 몰려가서는 그리스의 파판드레우 총리를 만났었다 여기서 또 상상할 수 없었던 반전이 일어났다. 지금까지는 그리스 쪽에서 무슨 문제생기면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라고 했던 것이 "유로존을 떠나려면 떠나라" 이렇게 바뀌어버렸다. 대신 1월달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까 12월 초까지 짐 싸려면 짐 싸라 이런 식으로 말이죠 갑자기 프랑스와 독일의 태도가 바뀐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정말 화가 많이 났구나 더 이상 그리스에 대해서 끌려 다닐 수가 없어서 최후통첩을 하고 야 말았구나 이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주가도 오늘 시원치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좀 이상하지 않나? 정말 꼴 보기 싫다면 아예 안 만나는 것이 정상인데,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지금 당장 그리스의 무질서한 디폴트가 결정되면 유로존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거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꼴도 보기 싫으니까 방 빼려면 방 빼라. 라는 투의 말은 이거 외교적으로 적합한 처사가 아니다. 이들이 한꺼번에 말을 동시에 바꿨다면 그보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마도 그리스에서의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파판드레우의 생각에 동의했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다.



앵커 > 독일과 프랑스의 정상이 그러니까 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는 이야긴데 혹시 그렇다면 여기에 드러나지 않은 정치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동양종금증권 박문환 > 동의했다가 아니고 했을 것 같다는 거다. 일단은 쉬운 접근을 위해서 일본 예를 들어보겠다. 일본은 얼마 전 메이지유신 이후로 처음 정권이 바뀌었다. 좌파로 그런데 우파밖에 없던 나라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국회에서 멱살잡고 싸움이라도 하는데 일본은 그런 일은 없다. 아니면 다케시타 노보루나 아니면 오부치 게이조 같은 거대 정치계보에서 주로 세습적으로 배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의견 충돌이 애초에 없을 수밖에 없는 나라였다.



그리스는 그나마 정치적인 색깔은 있다. 정당이 존재하지만 일본처럼 정치 가문에서 세습적으로 정치인들이 배출되는 것은 다르지 않다. 현재 파판드레우 역시 할아버지 때부터 정치를 했던 가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가문이 대대로 좌파였다는 거죠 좌파의 특징은 배분이다. 그러니까 왜 너만 그렇게 잘 사냐 이것이 언제나 중요한 화두가 된다. 국민들이 좌파를 뽑았다는 것은 잘사는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서 못사는 사람들한테 나누는 것을 기대했다는 말이다. 그 동안 그리스는 파판드레우는 물론이고 그의 할아버지 때부터 너무 크게 복지를 베푸는 바람에 그리스는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복지천국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을 다시 뺏으려니까 그것도 우파가 아닌 파판드레우 좌파 자신이 뒤집으려니까 국민들이 분노가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던 거다.



예를 들어서 두 명의 아저씨가 있다. 늘 사탕을 주는 친절한 아저씨가 있고 혼만 내는 무서운 아저씨가 있다고 한 번 해보자. 무서운 아저씨가 윽박지르면 서럽지 않다. 그런데 늘 사탕을 주는 아저씨가 오히려 나의 사탕을 빼앗는다면 그 어린애의 마음은 어떨까?



만약 제가 파판드레우 총리였다면 바로 이런 점을 뒤집기 위해서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유로존의 지도자들을 설득했을 거다. 그리고 국민투표에는 이런 점을 강조해서 담을 거라고 그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당장 정권이 천 번 바뀐다고 해서 즉 무서운 아저씨로 바뀐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는 것을 강조할 것 같다.



즉 내가 그만둔다고 해서 유로존의 지도자들이 긴축압박을 결코 줄이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할 거다. 결코 유로존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재정긴축을 하는 것은 유로존에서의 잔류와 탈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라는 것을 강조하겠다고 설명했을 거다.



그러면 상황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지금 그리스의 처해진 상황에서 억지로 목을 비튼다고 마른 행주에서 물이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닐 거다. 그것은 유로존의 지도자들도 잘 알고 있다. 골치가 아플 거다. 이렇게 자꾸 윽박지르면서 진행한다면 오는 12월 7차 구제금융부터 삐걱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다. 어차피 뭔가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파판드레우 총리가 약속을 좀 더 잘 지키기 위해서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했다면 그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이유도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 새벽에 좋은 증거가 하나 있었다 융커 의장이 하루 만에 말을 바꿔서 파판드레우가 반드시 재신임 받아야 된다고 그리스 의회를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그것도 이들 유로 정치인들의 생각이 한꺼번에 바뀐 것이라는 하나의 증거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