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입력 2011-10-20 10:17
클로즈 업,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경제해설(6) .. 세계경제의 상호연관성 배경과 의미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과 같이 우리나라는 대외 경제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에서 시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 세계적 파급 과정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경제가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세계경제의 상호연관성이 높아진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교역확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진행된 무역자유화, 위험분산과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목적으로 추진된 금융자유화, 그리고 문화의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 등 여러 요인을 들 수 있다.



무역자유화 확대 추세와 관련해서 살펴보면 전 세계 평균 수입 관세율은 1985년 약 24%에서 2004년에 10% 이내로 낮아졌다. 이에 더하여 다국적기업들이 글로벌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등 국제적 분업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요컨대 무역을 통해서 국가 상호간의 관계가 긴밀해졌다 하겠다.



금융부문에서는 전 세계 국가의 GDP 대비 대외자산 및 부채의 합계액 비율로 측정한 금융세계화지표가 1975년 이후 30년 동안 약 3배나 증가하였다. 금융자유화는 선진국이나 신흥시장국을 막론하고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크게 진전되었다. 선진국의 경우 인구의 고령화 등을 배경으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해외 금융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기축통화를 보유하지 못한 신흥시장국의 경우 무역규모 확대에 비례하여 선진국의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결과적으로 국제 금융거래가 대폭 확대되었다.



1990년대 이전까지 이념적·정치적 문제 등으로 인해 각국의 문화적 교류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동구권 몰락 등을 배경으로 국가간 이념적 장벽이 허물어지고 IT 산업 및 인터넷 등이 발전하게 되면서 최근 문화적 교류 역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은 각국 간 이질성과 정보의 격차를 완화시켜 세계경제의 상호연관성 증대에 기여하였다.



세계경제의 상호연관성 증대는 마치 야누스의 얼굴과 같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무역자유화로 인한 수출 기회의 증대는 국내 생산 제품의 수요를 증가시킴으로써 고용 확대 등의 효과를 가져 온다. 한편 수입자유화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값싼 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일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생산자 입장에서는 경쟁격화로 인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금융자유화의 경우에도 해외로부터 투자 재원 조달이 가능하게 되어 경제성장이 촉진되거나 외국인 직접투자를 통해 선진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해외 금융자본은 경기 팽창기에 대규모로 유입되어 경기변동을 확대시키고 위기 상황에서는 급격히 유출됨으로써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등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질수록 새로운 차원의 경제문제가 등장하게 된다.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세계경제 동향이 이제 각 개인들의 일상적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주게 되었다. 예를 들어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만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미국의 금리정책, 국제 금융시장 동향,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전략 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한다. 개인 입장에서 세계경제의 연관성 증대로 투자결정시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세계 전체 차원에서도 새로운 과제가 등장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2007-09년 경제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글로벌 불균형의 문제를 들 수 있다. 각국 경상수지의 절대값의 합을 세계 GDP로 나눈 글로벌 불균형 지표가 1990 년대 중반 이후 빠르게 상승하여 2000년대 중반에는 6%까지 확대되었다. 이러한 글로벌 불균형은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주요국 사이에 환율 전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추가적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결국 세계경제의 상호연관성 증대는 그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을 수 있고 개인 및 국가경제, 나아가 세계 전체 차원에서 새로운 유형의 과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개별국가간의 상호연관성 증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추세라는 점에서 그 장점을 잘 활용함과 동시에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그러기 위해 개인 및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함과 아울러 세계경제질서를 새롭게 형성해 나가기 위한 각국의 공동 노력도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이대엽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