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개월간 투자자들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주목했으나 구릿값 하락과 중국 증시 약세, 정크본드 부도 위험 상승 등 최근의 다른 시장동향이 세계 경제에 '경고등'을 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지적했다.
신문은 우선 이달 들어 국제시장에서 22%나 급락한 구릿값 하락에 주목했다.
'닥터 코퍼(Dr. Copper)'로 불릴 정도로 경제 활동을 반영하는 대표적 지표인 구릿값 동향은 구리가 산업재, 소비재로 두루 쓰이는 점에서투자자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구릿값 하락은 특히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을 비롯해 신흥국의 경제 활동 약화를 시사한다는점에서 불안감을 더한다.
무디스 캐피털 마켓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존 론스키는 WSJ에 최근의 구릿값 하락은 "제조업 활동이 전 세계적으로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7월 말 이후 각각 10, 21% 하락한 중국 상하이 주식시장과 홍콩 주식시장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 주식시장이 절대적으로 국내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쪽에 의견을 모은다.
WSJ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고속철도 건설과 같은 관 주도의 대규모 토건사업이 성장을 이끄는 정책을 지양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일부 영향을 미쳤고 전 세계적 위기로 수출 전선에 '빨간 불'이 켜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의 수출 둔화는 은행 예금 증가세 둔화, 대출 경색으로 이어져 경제성장 둔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불량채권, 즉 정크본드 가격도 최근 몇 주 동안 크게 하락했는데 정크본드 가격은 향후 1년 이내에 해당 채권의 부도 가능성이 8%에 이를 정도로 떨어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WSJ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구릿값 하락이 급등에 따른 조정이며 중국 경제성장 둔화 역시 그간의 "지속가능하지 않은 성장세"에서 벗어나는 현상으로 여기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구릿값 하락, 중국 증시 약세, 정크본드 부도 위험 상승 등이 세계 경제가 '새로운 시기'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