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증이 빠진 등기신청을 받아줘 국가에 25억여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전직 공무원에게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김소영 부장판사)는 국가가 전 등기관 김모씨를 상대로 "12억5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씨는 1996년 서울의 한 등기소에서 등기관으로 근무할 당시 A, B 증권사로부터 차례로 동작구의 한 고층 빌딩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 등기신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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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심사 과정에서 A증권사의 신청서에 등기필증이 첨부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같은 부동산에 대한 등기 신청이라는 생각에 B증권사의 신청서에 구비된 등기필증을 토대로 두 신청을 모두 받아줬다.
이후 A증권사는 1, 2순위 근저당권을 근거로 건물에 대한 경매를 신청해 낙찰금을 배당받았고, B증권사는 "김씨가 등기필증이 없는 신청을 받아들여 자신이 배당금을 받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공방 끝에 2008년 25억여원을 배상받았다.
이에 국가는 김씨를 상대로 '중과실에 해당하는 절차상의 잘못을 저질렀다'며 배상액의 절반가량인 12억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현행법상 공무원이 직무상 불법행위를 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지더라도 공무원 개인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며 "동일한 부동산에 여러 등기신청이 있을 때 다른 신청서의 등기필증을 원용할 수 있는지 당시 명확한 기준이 없었고, 김씨가 통상적인 업무방식에 따라 신청을 받아들인 점 등을 고려하면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