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과 하락은 없고 폭등과 폭락만 있는 시장
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강해서 이제 하루 1~2 등락에는 무료함을 느낄 정도다. 하락과 상승은 없고 온통 폭등과 폭락만 있는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위기의 본질이 경기 사이클 상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목요일 새벽 발표한 독일의 산업 생산은 2005년 이후 최강으로...전월 대비 4%나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듯이 경제 사이클 상의 문제는 크지 않다.
지금 위기의 본질은 유로화 붕괴에 대한 우려감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당장 독일이 양보하고 핀란드가 담보권을 포기하는 등 주요 뉴스메이커들에게서 좀 더 긍정적인 멘트만 나와 준다고 해도 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시장은 약간의 호재에 뛸 듯이 기뻐하고 약간의 호재에도 과도하게 코가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목요일 새벽에는 독일의 지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합헌으로 전해지면서 지수는 은행주 위주로 반등을 강하게 주었다.
그리스의 아테네 증시가 8%나 올랐고 그리스 대표 은행인 내셔널뱅크가 22%나 상승했다면 분명 최근 보기 드문 상승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이는데...
하지만 정작 그리스 내부적으로는 호전된 것이 거의 없었다.
핀란드는 오래 기다릴 수 없다면서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지원 계획은 철회될 것이라면서 더욱 그리스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그리스 역시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목요일 새벽 그리스의 CDS 프리미엄은 연일 사상 최고치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강하게 오르고 있으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유가 있다.
사실 그리스의 부도위험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이 되어 있었다.
2년물 국채 수익률이 40%를 넘어서고 10년물이 20%를 넘어섰다면 이미 정상적인 금융 시스템을 갖춘 살아있는 나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즉, 정치적으로는 국가로 존재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이미 사망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니 그리스의 상황이 좀 더 악화된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재정 위기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나라들에게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가 얼마나 전이되게 될 것인지의 여부가 중요했는데, 마침 독일 정부의 지원이 합헌으로 판결되고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새로운 긴축 안이 상원의 지지를 얻게 되면서 EFSF를 비롯한 일련의 지원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다시 끌어 올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시장에 제거되지 않은 뇌관을 가진 폭탄들이 산재해 있다.
당장 가깝게는 그리스의 채권스왑에 대한 지원의 의지가 있는지의 여부를 알려달라는 시한이 9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독일 은행들의 답변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일 민간 부문의 참여가 무산될 경우 7월 21일 유로정상들의 합의 역시 무산되고 그리스는 또 다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IMF와 그리스의 입장차이로 잠시 부결되었던 그리스의 6차 지원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의 여부도 중요하고 9일과 10일 유로존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의 모임에서 타협안이 잘 마련될지의 여부도 미지수다.
멀게는 오는 9월 29일 독일 의회의 EFSF 규모의 확장에 대한 표결도 지켜봐야할 변수이며 전통적으로 9월에는 선진국들의 채권만기가 많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당분간 급등과 급락이 자주 나타나는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글. 박문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03470 target=_blank>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