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차원의 미래예측센터 설립해야"

입력 2011-09-08 07:33
미래의 교육과 보건, 노동 등 주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미래예측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미래학자 클레멘트 베졸드 박사는 6일(현지시간)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정책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베졸드 박사는 1977년 '대안미래연구소(Institute for Alternative Future)'를 창립해 현재 소장직을 맡고 있는 미래학자다. '2020 비전', '미래지향적 민주주의', '노동과 보건의 미래' 등의 저서를 통해 노동과 보건, 교육, 민주주의 등을 중심으로 미래 지향점을 제시해오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컬럼비아 파이어하우스에서 이뤄진 이날 최 위원장과의 대담에서 베졸드 박사는 '아바타' 등 미래의 이슈들이 현재의 이해관계자, 주도권을 갖는 사람들에게 위협적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래예측을 국가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싱가포르와 영국에서는 국가 차원의 미래예측센터가 설립돼 있다고 소개하면서 모든 기관이 다 미래예측센터에 참여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네 가지 시나리오'로 다가오는 미래를 설명했다.

그 첫번째로 '컴백(comback)'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경제가 회복되긴 하지만 여전히 실업률 높고 빈곤층이 다시 늘어난다는 것.

두번째로는 '어두운 시기(dark decades)'. 미국 경제가 더블딥 침체를 겪는데, 기름값은 최고치를 찍은 다음에 더블딥을 겪는다. 전세계 매장 석유의 반 이상을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상승하고 이로 인해 빈곤층이 늘어난다.

선구적 내용을 담은 세번째, 네번째 시나리오는 '평등 경제(Equitable Economy)'와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Creative community)'로 정의됐다.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많은 사람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새로운 뉴딜 정책을 펼치게 되고, 모두에게 작용하는 경제, 즉 '평등 경제'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 그가 말하는 세번째 시나리오다.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는 국가 차원의 제조, 생산이 아니라 작은 커뮤니티로 분화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기존의 대규모 산업, 표준화, 중심화 등의 구조에서 벗어나 커뮤니티 기반 사회로 변화한다는 것.

커뮤니티 기반 사회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 기존 일자리들은 파괴되며 기존 산업 패러다임이 끝나고 한층 창의적인 일자리, 특히 커뮤니티 단위의 기술에 따라 3D 프린팅, 프린팅을 통한 제조 등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농작물 재배도 큰 규모의 농장에서 엄청난 양의 농작물 산출하는 게 아니라 이웃에서 키운 것을 먹게 되며, 자동차도 대량 제조가 아닌 커뮤니티 단위에서 생산이 가능해진다.

기자들이 신문사에서 일을 하고 대중은 이들이 쓰는 것을 읽었지만, 앞으로는 커뮤니티 단위로 정보를 알리는 다른 방식의 저널리즘이 등장하게 되는 등 '커뮤니티 기반의 사회'가 도래하게 된다. 베졸드 박사는 새로운 저널리즘으로 '허핑턴포스트'를 좋은 예로 꼽았다.

최 위원장이 앞으로 40년 혁명의 키워드에 대해 묻자 "인류가 앞으로 어떤 과제에 직면할 것인가, 사람들의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키고 식량·보금자리·에너지를 어떻게 계속 공급할 수 있을까 등이 새로운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 혁명이 다음번 단계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나이 든 세대는 다르겠지만 젊은 세대 사람들은 영원히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기술 발전 등으로. 이런 것들이 또다른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한다"고 말했다.

작은 스케일로 예측하자면, 도시에서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일자리를 어떻게 공급하고 시스템 유지할 수 있을까가 또다른 키워드가 될 것이며, 기술 혁명을 통해 탄소 배출 감소와 기후 변화를 막는 것도 또다른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과 기성세대 간 인식과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묻자 "홀로그램, 3D가 나오면서 일면 나이든 세대들이 기술에 쉽게 다가가게 했다"며 기술 발전에 따른 노소간 격차 해소 가능성을 기대했다.

또 가상공간 증가로 인해 젊은 세대는 두뇌 변화를 나타냈고, 기억력이나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나 심지어는 우정의 속성에도 변화가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유비쿼터스 인터넷이 잘 구축돼 노소간 인식 격차가 덜 심각할 것으로 진단했다. 사회적인 격차는 계속해서 남아 있겠지만 가상 툴을 이용해 보건 의료 등으로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의 교육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교육 기술이 발달하면서 많은 교사들이 직업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미래의 더 나은 삶에 '아바타'의 역할을 강조했다. 디지털화된 또 다른 주체이자 우리에게 코치해주는 존재인 아바타는 인간으로서 가장 효과적으로 살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코치해주는 툴이며 더 나은 삶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베졸드 박사는 인터넷의 미래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커뮤니케이션 속도가 빨라지는 등 인터넷의 순기능이 있었지만, 동시에 인터넷으로 인해 테러리스트가 등장하고 악의적인 상업 마케팅이 등장하는 등 역기능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예측하는 미래'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대중이 미래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인터넷의 역할을 강조한 뒤 그 예로 미국에서 도입된 전자투표를 꼽았다.

그러나 정보의 사막에 있는 사람들, 정보가 흐르지 않아 지식과 지혜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이를테면 북한 등은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면서 사회적인 긴장을 조성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남북 갈등 등 이데올로기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에 대한 최 위원장의 질문에 "한국은 정보통신에서 경이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미국만큼 에너지에 관해 독립적이지 않고 해외 의존도가 크다"면서 "남북한 문제는 한국이 당면한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미래에 대한 열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통일에 대한 열망이 있다"면서 "한국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열망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