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잘못했음을 시인한 채권 황제

입력 2011-09-01 14:31
스스로 잘못했음을 시인한 채권 황제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들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을 못하는 편이다.

생각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그동안 알았던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해진다.

필자 역시 나이가 들게 되어 과거의 지식이나 혹은 고정관념에 집착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빌 그로스는 채권 왕이라는 닉을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는 멘토와 같은 분이다.

그런 그가 올해 초에 중대한 실수를 했다. 미 국채를 매도했던 것이다.

최근에 그는 자신이 미국 국채를 매도했던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시인했다.

FT(파이넨셜 타임스)에 “미국의 국채를 더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고 했는데 자신의 실패 요인은 미국의 성장률이 2% 달할 것으로 판단을 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하자면 미국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채권을 매도했다는 말이다.

그는 실제로 그가 운용하는 토탈리턴 펀드에서 244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처분했고 지난 달 초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에게 미국 국채는 위험하다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미 국채는 이후로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그로 인해 그가 운용하던 펀드의 수익률은 전체 채권형 펀드 589개 중 501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필자는 빌 그로스가 미 국채를 매도하여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그를 존경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틀렸을 것” 이라는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지금도 빌 그로스는 자신이 틀렸음을 시인했지만...여전히 그는 지금도 틀리고 있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2%에 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작 1%대의 성장률을 보여서 채권이 급등했다고 믿는 것은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아직도 무엇 때문에 채권 가격이 올랐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말이 된다.

미국의 채권은 이제 거대 유동성으로 인해 펀더멘틀에 지배를 받지 않고 단지 수급에 의해 지배를 받는 좀비가 되어 버린 것이 진짜 채권 가격 상승의 원인이다.

미국 채권은 이미 죽었다. 누가 과연 천문학적인 부채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국채에 10년 동안 1년에 고작 2% 남짓한 수익을 목표로 투자하겠는가? 이 세상에는 부채가 없이도 그보다 많은 수익을 보장해주는 나라가 많다.

그럼에도 미 국채 가격이 오르는 것은 금리 때문이다.



모든 채권은 금리에 의해 움직인다.

주식 시장은 주가가 올라도 하락하는 종목이 있지만 채권은 볼록성에 의해 그 민감도만 다를 뿐 금리가 하락하면 모든 채권의 가격은 상승한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가 과다 유동성으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금리는 화폐에 대한 보유가치인데, 화폐가 많아지니 보유가치 자체가 부실해지고 금리가 하락하는 현상이 거꾸로 채권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빌 그로스는 미국 경제가 다시 2%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생각하면 아마도 채권을 또 다시 버릴 것이다.

그 때 다시 한 번 자신이 잘못되었음을 고백하게 될 것이다.

<글. 박문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03470 target=_blank>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