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동성애, 외모가 고향을 앞섰다"

입력 2011-09-01 13:33
우리나라 성인들은 여러 차별 유형 중에 학력이나 학벌 차별을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태홍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일 연구원이 불광동 원내에서 개최한 '국격제고를 위한 차별없는 사회기반 구축' 세미나에서 지난 6월 10~15일 전국 16개 광역시도의 만 20세 이상 남녀 9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설문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차별'을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29.6%가 '학력이나 학벌' 차별이라고 답했으며 동성애자(16.0%), 외모(11.7%), 장애인(10.7%), 출신국가(6.8%), 미혼모(6.2%), 인종 및 피부색(6.0%), 고령자(4.0%), 출신지역(3.4%), 여성(2.6%)이 뒤를 이었다.

학력ㆍ학벌을 꼽은 비율은 2004년 진행한 설문조사(2천명 대상 개별면접조사) 결과에 비해 8.1%포인트 증가했다.

'인종 및 피부색' 역시 2004년 조사에서는 거의 응답자가 없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차별에 대한 인식은 남녀가 조금 달랐다.

여성은 학력ㆍ학벌에 이어 외모, 동성애자, 장애인 순으로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고, 남성은 학력ㆍ학벌에 이어 동성애자, 장애인, 외모, 인종 및 피부색을 꼽았다.

학력ㆍ학벌의 경우 여성의 48.2%가 '매우 심각하다', 40.1%가 '약간 심각하다'고 봤고 남성은 39.1%가 '매우 심각하다', 46.7%가 '약간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외모에 대한 차별은 여성의 44.8%가 '매우 심각하다', 45.7%가 '약간 심각하다고 답한 데 비해 남성은 31.0%가 '매우 심각하다', 48.0%가 '약간 심각하다'고 답해 여성이 더 심각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성의 12.1%가 '매우 심각하다', 57.5%가 '약간 심각하다'고 본 반면, 남성은 1.3%가 '매우 심각하다', 27.2%가 '약간 심각하다'고 답해 남녀간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연구진이 실제로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전체 2천674건의 차별 관련 진정을 분석한 결과, 장애(1천642건)가 가장 많았고 성희롱(212건), 나이(194건), 사회적신분(82건), 성별(80건), 병력(41건) 순으로 조사됐다.

김 연구위원은 "유럽과 비교하면 학력 및 학벌 차별, 외모 차별, 미혼모 차별은 한국 특유의 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이 2009년 차별에 대해 조사한 '유로바로미터' 설문 결과에 따르면 유럽인들은 가장 만연해 있는 차별로 '인종 및 민족 차별'(61.0%)을 꼽았고 연령(58.0%), 장애(53.0%), 성적 지향(47.0%) 순으로 답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안상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국내 거주 외국인 이주자 차별 현황과 향후 정책 과제'를,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현행차별구제제도의 현황과 발전방향'을 발제했고 강성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 김용화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김현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총장,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