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의 전직 고위 임원이 수수료 이익에 눈멀어 객관적인 평가를 못하는 신용평가사의 구조적 문제를 폭로했다.
이번 폭로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미국 정부와 의회가 신평사의 평가 관행에 철퇴를 가할 움직임을 보이는 때에 제기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CBS 방송과 경제전문인터넷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1일 1999년부터 작년까지 무디스에서 일하며 선물 분야 선임 부회장까지 역임했던 윌리엄 해링턴이 이달 초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낸 78쪽짜리 문건에서 무디스에서 일선 애널리스트의 등급평가 결과는 자주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실무자의 평가와 관계없이 무디스내 등급 판정 위원회가 '특정회사가 특정 등급을 받을 만하다'고 판단하면 경영진은 그 판단을 투표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또 무디스 경영진이 '평가대상'이자 자신들에게 수입을 안기는 고객인 기업들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입맛에 맞지 않는 평가결과를 내 놓는 애널리스트는 '골칫거리'로 여긴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분위기파악'을 못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징계 또는 타 부서로의 인사조치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해고까지 당한다고 해링턴은 주장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강직한 애널리스트들도 신평사의 '순종적인 시민'이 되곤 한다는 것이다.
또 의회 청문회장에 불려간 신평사 경영진이 위증했을 때도 증인으로 나선 또 다른 임원이 교묘하게 일을 무마시키곤 했다고 해링턴은 밝혔다.
그러나 해링턴 역시 선의의 '공익 폭로자'로 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CBS는 지적했다.
해링턴 또한 퇴사전까지 4년간 부실한 모기지 담보부 증권에 최고등급을 거푸 부여했던 당사자로 미국발 전세계 금융위기를 낳은 '서브프라임 사태'를 야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