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 홀 미팅…'버냉키 악몽' 해소할 수 있을까?

입력 2011-08-22 10:01
[주목되는 잭슨 홀 미팅…'버냉키 악몽' 해소할 수 있을까?]

앞으로 글로벌 증시 흐름을 읽기 위해서는 변화되고 있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입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전폭적으로 지지를 받았던 버냉키 의장의 입지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균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 의회내에서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 작년 7월부터 추진된 단일금융개협법에서 의회가 FRB를 견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상황에서 중간선거를 계기로 공화당의 입지가 대폭 강화됐다. 이 때문에 중간선거 이후 열리고 있는 의회 청문회에서는 버냉키 의장이 추진했던 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시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버냉키 의장이 주력해 왔던 양적완화정책도 기대했던 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달러 약세를 가속화시켜 글로벌 환율전쟁이 재연될 조짐을 일고 있어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미 스위스와 일본은 자국통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책금리를 낮추거나 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이미 G20 서울정상회담에서 환율분쟁 해결책으로 경상수지관리제가 합의를 보지 못했지만 신흥국들에게 자본유출입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미국 등이 양적완화정책으로 과도하게 외국자본이 들어올 경우 신흥국들은 자국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토빈세, 가변외화예치제 등을 합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외국자본은 규제에 민감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정형화된 사실이다.

최근 들어 버냉키 의장의 입지에 변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경제가 앞으로 일본경제처럼 ‘5대 함정’에 빠져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 5대 함정이란 무엇보다 정부의 의도대로 경제주체들이 반응하지 않아 모든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정책함정(policy trap)'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 경기부양방안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화정책은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정책함정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주체들이 과도한 부채에 시달려 소비나 투자를 하지 못하는 '빚의 함정(debt trap)'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또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문제도 최종 목표인 경쟁력 개선여부와 관계없이 구호만 반복적으로 외치는 '구조조정 함정(structure trap)'에 빠져 있는 점도 동일할 맥락이다.

어떤 나라든 이런 상황에 놓이면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해 느끼는 불확실성은 증대된다. 그 결과 예측기관들은 전망이 또 다른 전망을 불러일으키는 '불확실성 함정(uncertainty trap)'에 빠지게 된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과정에서 10년 이상 지속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모든 정책이 무력화 단계에 처했다. 무려 17차례에 걸친 경기부양정책은 적자규모가 국민소득(GDP)의 7%를 넘어설 정도로 재정수지만 악화시켰다. 금리도 ‘제로’ 수준까지 인하했으나 경기회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각종 미명하에 개혁과 구조조정 정책을 10년 넘게 외쳐 왔으나 경제구조를 개선하는 데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정책과 국민들의 불신 간의 악순환만 반복됐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대내외 전망기관들이 1990년대에 전망치를 가장 많이 수정한 국가가 일본이었다.

요즘 미국 경제를 보자. 2009년 6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주춤거리면서 이미 중간선거 결과가 입증해 주듯 오바마 정부와 FRB의 정책에 대한 믿음은 크게 떨어졌다. 이 상황에서 기준금리는 이미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고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려 앞으로 3차, 4차 양적완화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경기회복에 별 도움이 안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시각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대형금융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여전히 잠재부실을 안고 있는데다 다른 금융사들은 상황은 더 나쁘다. 이미 나라 살림과 국민들의 빚은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만큼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이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예측기관들도 직전 전망치의 잉크가 채 굳기도 전에 또 다른 전망치를 내놓기에 바쁘다.

아직까지 ‘우려’ 단계라 하지만 미국경제가 최근 들어 5대 함정에 빠져드는 징후가 뚜렷하다. 오바마 정부와 FRB가 얼마나 빨리 이런 징후를 차단해 경기와 구조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분간 투자자들은 버냉키 의장과 미국경제의 최근 변화를 예의 주시해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번주 26일에 열릴 잭슨 홀 미팅에서 버냉키의 입에 전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