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경제TV가 최근 4개월간 국내 10대 그룹의 계열사 변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정부와 정치권의 잇따른 대기업 때리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몸집불리기 경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동반성장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협력업체 인수 대신 신규법인 설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박병연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8월 현재 국내 10대 그룹 소속 계열사 수는 627개로 그룹 한 곳당 62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가 제한되는 55개 기업집단을 발표한 지난 4월보다 10개사가 늘어난 수준입니다.
그룹별로는 삼성과 SK, 롯데, 포스코의 계열사 수가 4-5개씩 늘어난 반면, 현대차는 6개, GS는 3개, LG는 1개씩 줄었습니다.
얼핏 보면 정부와 정치권의 잇따른 대기업 때리기 정책에 겁을 먹은 대기업들이 몸집불리기 경쟁을 잠시 중단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10대 그룹 계열사 수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은 계열사 신규편입이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청산이나 매각을 통해 계열사에서 제외된 곳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 기간 중 10대 그룹 계열사로 신규 편입된 곳이 26개사에 달했지만 청산과 매각, 흡수합병 등으로 계열사에서 제외된 곳도 16개사나 됐습니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들의 몸집불리기 양상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무조건 외형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매각하거나 청산하고 신성장 분야에 대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성장 분야는 동반성장에 대한 사회 여론을 의식해 협력사 인수는 자제하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지난 4개월간 10대 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26개사 중 새로 만들어진 회사는 17개사에 달한 반면, 지분 취득을 통해 계열사로 편입시킨 곳은 8개사에 불과했습니다.
그동안 이들 대기업들은 부실사업에 대해서도 매각이나 청산보다는 흡수합병을 통해 사업 자체는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계열사에서 제외한 16개사 중 흡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유지한 곳은 4곳에 불과했고, 청산 종결이나 지분매각으로 해당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곳이 12개사에 달했습니다.
삼성의 MRO 사업 철수 사례에서 보듯 대기업 몸집불리기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사회 여론을 반영해 문제가 있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가자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WOW-TV NEWS 박병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