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교사의 숙원 수석교사제.."사람이 부족해"

입력 2011-07-27 07:23
교육계의 '30년 숙원'이던 수석교사제가 최근 시행됐지만 입법 취지를 살리려면 정원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수석교사제는 교과·수업 전문성이 뛰어난 교사를 '수석교사'로 선발해 수업 전문성을 후배 등 다른 교사와 공유하는 교원 자격 체제다. 교원의 승진 경로를 두 갈래로 나눠 수업을 잘 하는 교사는 교장 대신 수석교사가 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이 제도는 1982년 논의를 시작한 이래 30년째 법제화 공방을 벌인 끝에 지난달 국회를 극적으로 통과, 25일 공포됐다.

교과부는 법제화가 늦어지자 2008년부터 수석교사를 '시범운영' 형태로 도입, 2008년 171명에서 올해 765명으로 늘렸다. 수업 전문성 강화를 통한 공교육 활성화에 매진할 수 있도록 수업 시수를 줄이는 등 수업 부담은 50% 가량 경감해 줬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교직 사회에 '수업 잘 하는 교사'가 우대받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교사들이 행정관리직인 교장으로 승진하고자 과도하게 경쟁하는 풍토가 완화될 것으로 교과부와 교육계는 기대하고 있다.

교과부는 수석교사제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 내년 3천명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3년에 걸쳐 1만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조심스레 검토 중이다.

그러나 교원 정원 문제는 정부의 큰 틀에서 움직이는데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등 인력·예산 부처는 "학령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원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교원 정원만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단순히 '학생 수 감소'라는 변수에만 의존해 교원 수급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안이한 접근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교원 수는 많이 모자란다고 교육계는 보고 있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교사 1인당 학생 수(2008년 기준)는 초·중·고교가 각 24.1명, 20.2명, 16.5명으로 OECD 평균인 16.4명, 13.7명, 13.5명에 비해 훨씬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4년간 수석교사제를 시범운영한 결과 일선 학교의 반응이 좋았다"며 "정원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수석교사제는 도입 취지가 퇴색하는 만큼 정원 확보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 초·중등교육법 제19조 3항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교원의 정원에 관한 사항을 국회에 매년 보고해야 한다. 여기에는 수석교사의 정원도 포함되며 강행 규정인 만큼 정원 논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교육계는 지적했다.

안병철 전국초등수석교사협의회 회장은 "정원 증원은 행정안전부, 예산 확보는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정부 차원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석교사는 수업 부담이 경감되는 반면 그 부담을 떠안는 동료 교사들은 불만도 갖게 된다"며 "학교들은 강사를 뽑아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기간제가 아니어서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빨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