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의 외화예금이 증가세를 보였지만 외화대출은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 호조세와 환율 반등 전망 등으로 기업의 외화예금 가입이 늘었지만, 투자를 위한 외화대출 수요는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은행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145억6천300만달러로 전월말보다 4억8천900만달러 늘었다.
작년 말에 비해서는 22억7천300만달러 증가했다.
외화예금은 작년 상반기 27억6천400만달러 줄었지만, 하반기 4억900만달러 늘어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고 올해 상반기에 증가 폭이 확대됐다.
시중은행의 외화대출은 작년 상반기 9억9천400만달러 증가했지만, 하반기 3억8천만달러 줄면서 감소세로 전환됐고 올해 상반기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절상)에도 외화예금이 늘어난 것은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의 외화 예치가 증가한데다 환율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개인들이 외화예금에 가입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하락하면 외화예금 가입 기업은 환차손을 보게 되지만, 환율이 하락세를 멈춘 채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면 기업들은 예금을 인출하지 않은 채 외화 예치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상반기 달러화에 대한 원화 절상률은 6.3%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 엔화와 대만 달러화, 싱가포르 달러화, 중국 위안화, 홍콩 달러화, 태국 바트화,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필리핀 페소화, 인도 루피화, 호주 달러화, 뉴질랜드 달러화 등 아시아 주요 13개국 통화 중 뉴질랜드 달러화와 함께 최고 수준이다.
외화대출은 상반기 중 감소세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5개 시중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149억8천400만달러로 작년말보다 3억8천600만달러 감소했다.
외화대출이 줄어든 것은 외화대출 취급 요건 강화와 기업의 대출수요 감소 때문으로 관측된다. 낮은 대출 이자와 환율 등으로 기업의 문의는 증가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대출 요건 등으로 신규 대출이 미미한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기업은 환율이 높을 때 외화예금에 예치된 수출대금을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최근 환율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판단에서 환전을 늦추는 것 같다"며 "수입업체는 환율 상승에 대비해 미리 외화를 사서 예금에 넣어두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