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중앙은행의 책무 범위를 더 넓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회에 한은법 개정안의 통과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김 총재는 또 "유럽지역 국가채무 문제가 확대되면 간접적인 영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며 유로권 문제가 이날 기준금리 동결의 주요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와 국내외 여건 변화 추이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통화정책방향 문구를 종전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문제'에서 이달 '유럽지역의 국가채무 문제'로 변경한 것은 유로 문제가 확산될 개연성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등 남유럽 5개국) 익스포져(위험노출 정도)가 5% 이내인데다 국내 증시 비중과 무역 비중이 4%와 2%도 안돼 직접적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국내의 외국인 자금 중 유럽 비중이 절반 정도로 높아 더 큰 형태의 유로존 문제로 제기된다면 간접적 영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통위가 유로 문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키로 한 결정의 한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정도로 비관적이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김 총재는 물가와 관련, "많은 기관이 유가는 지금보다 많이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안정될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유가가 물가를 더 끌어내리는 정도의 영향을 줄지는 좀 더 두고 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구입 목적 이외로 쓰이는 비중이 늘어나는 점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지만,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고 정책이 추진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부채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긴 문제가 아니므로 매우 꾸준하게 오랫동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과 같이 너무 강한 정책을 단기간에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한은법 개정안과 관련, "(국회에서 수정된) 한은법 개정안은 단독조사권과 큰 차이가 없으며, 한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료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한은법 개정은) 금융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참여하겠다는 것으로, 중앙은행이 영역을 넓히기보다 책무 범위를 넓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