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불편한 관계인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과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이 최근 가족 모임에서 회동한 사실이 전해졌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두 회장은 13일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9주기 기일을 앞둔 12일 밤 고인의 장남인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보의 강남 자택에서 열린 제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박찬구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관련성을 강하게 시사한 데 이어 형인 박삼구 회장을 고발하면서 형제의 갈등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 작업을 추진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산업 등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에서 제외해 달라는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항간에서는 2009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금호 가문 '형제의 난'이 일어났다는 말도 나도는 상황이다.
그러나 두 회장은 비록 불편한 관계이지만 가족으로서 도리를 지키고자 형제인 박정구 전 회장의 제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장이 한 자리에서 대화를 나눴는지, 그렇다면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형제는 2009년 1차 경영권 분쟁에도 불구하고 작년 5월 모친 이순정 여사가 별세하자 빈소에서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재계에서는 금호 가문이 원래 형제간 우애가 돈독하기로 유명했지만 외부상황으로 그룹이 어려워지자 형제가 서로 회사를 살리는 길을 모색하다 반목이 생긴 것이 아니겠느냐는 안타까운 시선도 제기된다.
한편 13일 경기도 화성 고인의 선영에서 열린 9주기 추모식에는 박삼구 회장은 참석했으나 박찬구 회장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자세한 언급을 피하면서도 "회사 경영 문제와 개인사는 다른 문제가 아니냐. 최근의 일과 관계없이 두 회장은 다른 가족 행사에도 잘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화 관계자도 "회사 최고 경영자의 사적인 영역은 잘 알 수 없다"며 언급을 꺼리면서 "금호석화가 계열 분리를 추진하는 것은 형제의 경영권 분쟁 때문이 아니라 회사의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