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ㆍ금융사 먹튀 도 넘었다"

입력 2011-07-11 07:10
'먹튀'로밖에 볼 수 없는 일부 외국계 기업과 금융기관의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고액 배당과 수익 해외유출 등을 통해 한국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을 가져가면서, 세금이나 기부 등 사회공헌은 철저히 외면하는 모습이 비난을 불러온 것.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수익을 창출한다면 당연히 그 수익의 일부를 한국 사회에 돌려주려는 책임 있는 사회구성원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고액의 중간배당으로 4천969억원을 챙기면서 외환은행은 껍데기만 남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론스타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받아간 배당액은 무려 1조7천억원이 넘는다. 외환은행의 시장점유율과 대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나 몰라라' 한 결과다.

순익 중 배당으로 챙겨간 비율이 45%에 달한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금융당국은 30% 이상의 배당은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소 귀에 경 읽기'였다.

'먹튀' 논란은 외환은행만이 아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올해 27개 지점을 폐쇄한 SC제일은행은 올해 영국 본사에 1천억원의 배당을 송금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다. 노조는 훨씬 많은 돈이 영국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은행은 '메탈론'이라는 불법대출의 수익금을 몰래 영국 본사로 보냈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BAT코리아의 행태는 한국에 수익 한푼 남길 수 없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서민들은 물가급등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BAT코리아는 실적 악화를 이유로 최근 '던힐' 등의 담뱃값을 200원씩 인상했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는 것. 그런데 이는 교묘한 '삼각 거래'의 결과였다.

경남 사천공장에서 만들어진 담배는 BAT코리아로 바로 팔리지 않고 네덜란드의 회사를 거친다.

사천공장은 네덜란드 회사에 담배를 2천300억원에 판다. 그런데 BAT코리아는 이 회사에서 담배를 5천800억원에 산다. 한마디로 네덜란드 회사가 담배를 싸게 산 후 비싸게 팔아 수익의 대부분을 챙겨간다.

결과는 세금으로 나타난다.

BAT코리아는 지난해 46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한국시장 점유율이 비슷한 필립모리스의 10분의 1 수준이다. 수년 전 국세청은 세금을 더 매기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나머지 순이익마저도 한국에 그냥 놔두지 않았다. 122억원 순이익은 모두 배당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결제 네트워크를 제공해 주고 로열티를 받는 국제 브랜드사도 수익 빼가기에만 몰두하기는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이후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증하면서 비자, 마스터 등에 우리나라 카드회사와 소비자들이 최근 10년간 지급한 '카드 로열티'는 무려 1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최근 비씨카드가 소비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비자가 아닌 다른 외국회사와 제휴하자 비자카드는 계약 위반이라며 대규모 벌금을 물렸다. 더구나 사건의 공동 당사자인 중국 측에는 부과하지 않아 국가 간 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